식구



<햇살놀이방> 아이들이 1일 캠프를 다녀오게 되었다. 동부선교원 어린이들이 캠프를 가는데 같이 가기로 했다. 이숙희 선생님의 배려였다. 


저 어린 것들을 보낼 수 있을까. 놀이방 엄마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하룻밤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도 했다. 


소리와 규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울지나 않을는지, 대소변은 제대로 가릴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떠나기 전날 짐을 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녀석들의 마음가짐을 도와준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고 보채는 거 아냐?” 


슬쩍 말을 돌렸더니 뭔가 생각난 듯 소리가 대답했다. 


“이러면 되겠다. 엄마 아빠 옷 중에서 안 입는 옷을 하나씩 가져가는 거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옷을 꺼내 보면 되잖아. 잠 잘 때도 옷을 만지면서 자면 되고.” 


엉뚱한 딸의 대답에 웃고 말았지만, 웃음 뒤 왜 울컥 눈물 한 줌 지나는 것인지. 
그런 게 식구였던 것인지. 

<얘기마을>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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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그림자, 마음이 실체



대상과 마주하는 찰라 거울에 비친 듯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한 마음이 있습니다. 곧이어 생각이 그림자처럼 뒤따릅니다. 종종 그 생각은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가 됩니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자가 된 생각에게 맨 첫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무의식 또는 비몽사몽, 명상이나 기도의 순간에 대상과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과 동시에 마음 거울에 비친, 떠오른 그 첫마음이 바로 우리의 본성 즉 본래 마음에 가깝습니다.

곧이어 뒤따르는 의식화된 생각은 단지 본래 마음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실체는 마음입니다. 한 생각을 일으켜 이루어 놓은 이 세상은 마음의 그림자 곧 허상일 뿐입니다.

그 옛날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석가모니와 예수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가리키며 보여준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마음입니다. 성인들은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이 실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불경과 성경은 끊임없이 그 사실을 저에게 상기 시켜주고 있습니다. 

저에게 시를 쓰는 일은 그림자인 생각과 미명을 걷어내고 실체인 본래 마음을 포착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 본래의 마음을 진선미 즉 진리와 선함과 아름다움이라는 체에 걸러서 알맞는 말의 옷을 찾아서 입혀 주면 그대로 시가 됩니다. 

매일 아침이면 빛이 있으라. 이 땅과 바다에서 해가 뜨는 것과 같이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들 가슴마다 공평하게 주신 마음에 빛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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