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하나님은 무엇을 하였을까?



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저녁예배를 드리러 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교회로 가던 도중에서 살해되었다. 이곳 섬뜰에서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 바로 옆동네 조귀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주일 저녁,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연결하는 다리 건너편에 있는, 새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교회로 가던 할머니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뱀을 잡는 30대의 땅꾼이었다 한다. 사건 당시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었지만, 술 먹은 사람끼리 싸우는 것인 줄 알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할머니를 목 졸라 죽이곤 할머니 가방 안에 들어있던 600원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살해됐다는 사실보다는 그 할머니가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얘깃거리였다. 


호기심조로 말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들의 신앙을 향한,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일종의 질문과 비아냥거림이 들어있었다. 분명 들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교회로 향하셨을 65세의 할머니. 우리가 흔히 기도하는대로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라면 저녁예배 드리러 어둠속 교회로 향하던 노상에서 할머니의 영혼을 그것도 한 땅꾼의 손을 통해서 불러 가신 일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되는 걸까.


누구 말대로 그런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게 신앙일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적당히 받아들이며 무심히 잊는 것이 신앙의 성숙일까?


우리교회 교인이 아니라는 마음속 어쩔 수 없는 한줄기 안도감과 함께, 이 세상 홀로 걸어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엄한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만 마음은 무겁다.


어쩌면 교인들은 익숙해진 두려움 때문에 말 못한다 해도, 세인들의 솔직한 말속에 담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향한 회의는 묵중한 무게로 마음으로 퍼진다.


그때 하나님은 무엇을 하였을까?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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