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강병규 화가의 부채 그림

 


말이 되지 못하여
목으로 삼킨 ㄱ

가슴에 고인 ㄱ은
그리움으로 흐르고

손끝에서 맴돌던 ㄱ은
글로 새겨지고

발아래 떠돌던 ㄱ은
길이 됩니다

그렇게 땅으로 내려온 ㄱ은
첫발자국을 내딛는 첫글자가 되었습니다

땅속으로 뻗으며 ㄱ으로 꺾인
나무 뿌리의 발걸음처럼 강직하게

하늘로 뻗으며 ㄱ으로 꺾인 
나뭇가지의 손길처럼 푸르게

이 세상에 그리움으로 가득한 무수한 ㄱ들은 
내려주신 사랑의 첫소리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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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수록



많이 배운다. 많이 모르는 만큼 많이 배운다. 많이 몰라 그만큼 허둥댐도, 실수도 많다. 그렇지만 많이 배운다.


예배당 짓는 일을 위해 마음 졸이며 뛰기 시작한지 어언 5개월, 그러나 그 일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사람이다.


인간의 약함과 흔들리기 쉬움, 욕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아집, 그릇된 가치관. 하나님, 신앙을 말하지만 그런 말로 감추는 한 덩어리 물욕(物慾). 소유에 대한 그릇된 견해.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많은 어둔 부분들을 많이 보았고, 그때마다 실망도 아픔도 컸지만 많이 배웠다. 인간을 미화시켜서만 보지 말 것.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보지도 말 것.


선으로의 가능성과 악으로의 가능성이 인간에겐 모두 공존하여 때마다의 결단에 의해 삶의 방향이 달라진 수 있음을 근신함으로 깨달을 것, 그 갈림길에 신뢰할 만한 이정표를 세울 것.


분명 어려움이 많다. 안과 밖 모두에게서 때로는 조롱처럼 때로는 위협처럼 다가서는 무거운 무게들, 그러나 감사함으로 견디도록 한다. 좁다란 사람의 마음을 헤집고서 묵묵히 당신의 뜻을 실현해 나가시는 그분의 손길을 믿기에, 생명은 흔들림으로 자기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려울수록 치열해야 하기에, 묵묵하고 우직해야 하기에.


아찔한 절벽을 한 줄 굵지 않은 밧줄로 오르면서 줄잡은 손의 팽팽함을 느슨하게 놓고도 싶은 때때로의 아릿한 심정들. 잠시 긴장을 풀면 헤어날 길 없는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


그래도 지금 여기 내가 살고 있음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흔들릴수록 그분 가까이 계시기에.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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