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만나다


주일 오후에 아이들이 놀러왔다. 교회에 나오는 아이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중학교 학생들이었다. ‘너 먼저 들어가’ 하며 서로 뒤로 뺏지만, 모두들 들어왔다.


수원종로교회 청년이 보내준 들깨차를 타서 마시곤 둘러 앉아 게임을 했다. ‘밍맹몽’, 단순하면서도 틀리기 쉬운 게임이다. 조금씩 어색한 분위기가 지워진다. 그냥은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노래도 게임에 틀리자 자연스레 부른다. 게임을 마치고 ‘화전놀이’라는 동요를 가르쳐 주었다.


‘달님처럼 둥그런 진달래 꽃전은 송화가루 냄새보다 더 구수하다’


노래 중 제일 어려운 그 부분을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기타반주에 맞춰 악보도 없는 노래를 잘 불렀다.


‘개밥’이란 단편소설도 들려줬다. 현진건인지 주요섭인지, 헷갈린다.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한 권씩 빌려줬다.


이곳의 아이들은 가슴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 책상에 앉았는데 황동규 싯구 하나가 떠오른다.


‘거친 들에 씨를 뿌린 자는 
들을 잊기 어렵나니
어찌 견딜 수 있는 곳을 가려 
아직 너의 집이랴 하랴‘


견딜 수 있는 곳은 아직 나의 집 아니다.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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