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송아지



신기하게도 송아지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뛰어다닌다. 오늘 지 집사님네 소가 송아지를 낳았는데 영양부족인지 일어나질 못했다. 모두 일터에 나간 한낮에 송아지를 낳은 모양이었다.


저녁 어둘 녘에야 일터에서 돌아와서 외양간 오물을 치우면서야 송아지를 발견한 것이다. 저녁예배를 마치고 우사에 가보니 어미 소가 열심히 핥아주고 있는데도 그때까지 송아지는 털이 마르지 않았다.


송아지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하려다 맘 속으로 대신한다. 신앙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너무 꾸민 몸짓 같았다.


다음날 원주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우사에 다시 들리니 송아지가 일어섰다. 일도 못 나가고 하루 종일 송아지를 돌본 집사님의 정성이 지극했다. 그러나 겨우 일어섰을 뿐 엄마 젖을 찾을 줄도 빨 줄도 몰라 우유를 타서 줘야 한다. 


추운지 벌벌 떨고 있는 그에게 담요도 덮여있다. 태어나자마자 호강이다. 사흘 만에 송아지가 송아지다워졌다. 스스로 엄마 젖도 빨고, 걷기도 뛰기도 한다.


여리고 약한 것들을 향한 더욱 지극한 관심, 그리고 참 신기한 생명력, 마음에 새기는 가르침이다.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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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나를 흔드는 것은

 

 

무딘 나를 흔드는 것은
스쳐 지나는 꽃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느라 머문
당신의 고요한 눈빛입니다

닫힌 귀를 열리게 하는 것은
간지럽히는 꽃노래가 아니라

우리 사이를 빈틈 없이 채운
당신의 평온한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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