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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3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 되어 “참으로 주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곤경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의 요새이시며, 폭풍우를 피할 피난처이시며, 뙤약볕을 막는 그늘이십니다.”(사 25:4)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소서 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전통적인 전례를 중시하는 교회는 지난 주일을 맥추감사주일로 지켰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탈출공동체가 땅에 파종하여 거둔 첫 번째 열매를 하나님께 바친 날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여름에 수확하는 곡물이 보리라 하여 맥추절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래저래 7월은 농부들에게 분주하고 힘든 달입니다. 보리, 밀, 귀리를 베어내고, 가을 농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가월령가는 이맘 때의 풍경을 이렇게 그립니다. “大雨도 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2021. 7. 8.
죽은 제비 이속장님이 갖다 준 고추모종을 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집에 놀러 온 종순, 은옥이와 함께 교회 뒤에 있는 작은 밭으로 올랐다. 전에 살던 반장님 댁이 담배모종을 위해 뒷산 한쪽을 깎아 만든 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이다. 언덕으로 오르는 곳에 S자 모양의 계단을 만들고선 그 밭에다 토마토, 빨간 호박, 참외, 도라지 등을 조금씩 심었다. 마른날이 계속되면 물도 주고 가끔씩 풀을 뽑기도 한다. 우리끼리 아기 이름을 따서 ‘소리농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밭으로 오르는데 보니 제비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어디 잘못 벽에 부딪쳤지 싶다. 작은 몸뚱이, 저 작은 몸뚱이에서 그 힘찬 날개 짓이 나오다니. 언제 죽었는지 한쪽 날개를 집어 드니 등짝엔 벌써 개미들이 제법 꼬여있었다. 죽은 제비를 들자 종순.. 2021. 7. 8.
빗속을 달리는 저녁밥을 시켰다 빗속에 망설임도 잠시 배고프다 보채는 아들의 성화를 못 이긴다 음식을 내려놓으신 후 달아나시려는 기사님에게 시원한 거 한 잔 드릴까요? 했더니 살풋 웃으시면서 마음만 받겠다고 하신다 다른 기사님들은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음료를 가져가신다고 했더니 그러면 시원한 거 말고 따뜻한 물 한 잔만 주세요, 하신다 온종일 비 맞고... 말씀이 뚝뚝 끊겨도 더 묻지 않는다 얼른 뜨거운 물 반 찬물 반 담아서 커피와 설탕을 조금만 탔다 잠시라도 나무 의자에 앉아서 드시고 가시랬더니 고맙다고 하시며 문을 나가신다 온종일 그칠 줄 모르는 늦은 장맛비가 어스름 저녁 하늘을 짙게 물들이는데 비옷 안으로 삐쩍 마른 나무처럼 오토바이 옆에 서서 떨리던 몸을 녹이는지 걷기에도 미끄러운 빗길을 또 달려야만 집으로 돌아.. 2021.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