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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32

을(乙)의 지형학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5) 을(乙)의 지형학 -「조선지리소고」 1934. 3 - 김교신의 전공은 ‘지리 박물’이었다. 1927년 4월 함흥의 영생여자고등학교를 첫 부임지로 하여 이후 양정고등학교, 경기중학교, 그리고 마지막 송도고등학교까지 약 15년 간 강단에 섰다. 양정에서의 12년이 가장 긴 시간이었고, 늘 ‘사상이 의심된다’거나 ‘불온하다’는 눈초리를 받다 결국 1942년 으로 투옥되면서 교사 생활을 완전히 접게 되었다. 그에게서 ‘지리 박물’을 배운 학생들은 회고하기를 그저 딱딱한 지형에 대한 수업이 아니었다고 했다. 특히나 한국 지리를 배울 때면 각 지역에 얽힌 조상들의 얼을 함께 가르쳤으며, 일제가 한글 수업을 금지했음에도 당당하게 조선말로 조선혼을 심어주셨다고 전한다. ‘무레사.. 2021. 5. 23.
낙태와 나태 “우리가 낙태 되지 않게 지켜 주옵소서.” 안갑순 속장님은 당신 기도 차례가 되면 한 주를 어렵게 보냅니다. 희미해진 기억력, 순간순간 끊어지는 생각들, 갈수록 기도의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입니다. 똑똑 드물게 떨어지는 물을 받아 병 하나 채우듯 새벽녘 깨어 그나마 정신이 맑을 때 한 두 줄 기도문을 적고, 그 한 주 분의 기도를 모아 제단에 섭니다. 속장님의 기도 속에 자주 들어가는 내용이 ‘우리를 낙태 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낙태는 나태의 잘못된 표기일 것입니다. 쓰기도 그렇게 쓰고, 읽기도 그렇게 읽지만 속장님이 드리는 기도의 뜻은 ‘나태’일 것입니다. 그런 단어의 혼돈쯤이야 너그러우신 하나님께서 바로 잡아 들으시겠지요. 나태를 낙태로 써서 읽는 속장님의 기도를 들을 때마다 사실 가슴이 찡.. 2021.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