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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3

兄에게 그날 우린 한 밤을 꼬박 새워 많은 얘길 했죠. 교회 얘기도 했고 목사 얘기도 했습니다. 너무 물욕적(物慾的)이라고요. 너무 굳었다고요. 시골로 목회 떠나온 지 1년 돼 갑니다. 불편함이 없었던 것 아니지만 지금 제가 사는 집은 마을에서 가장 그럴듯한 집 중 하나입니다. 제가 받는 돈은 우리 교우 중 그래도 가장 많을 겁니다. 땀은 가장 적게 흘립니다. 예배시간엔 제단에 서서, 마루에 앉은 교우 앞에 양복 입고 서서 사랑을 말하고 은총을 말하고 나눔과 죄를 말합니다. 그리고도 괴로움을 모릅니다. 그렇게 굳어 갑니다. 그게 괴롭습니다. 1988년 2021. 5. 14.
풀씨와 먼지 창틀에 낀 먼지를 닦으려고 보니 바람결에 날려온 풀씨 한 톨 손끝으로 입바람으로 후 후 땅으로 먼 하늘로 어느 곳에서 나의 몸이 먼 땅으로 먼지 한 톨로 이 땅에 온 첫날을 오늘의 숨을 쉰다 2021. 5. 14.
줄탁동시(啐啄同時) - ‘손기정 군의 세계 마라톤 제패’ 1936년 9월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 줄탁동시(啐啄同時) - ‘손기정 군의 세계 마라톤 제패’ 1936년 9월 - 첫째로 손 군은 우리 학교의 생도요, 우리도 일찍이 동경-하코네 간역전경주의 선수여서 마라톤 경주의 고(苦)와 쾌(快)를 체득한 자요, 손군이 작년 11월 3일 동경 메이지 신궁 코스에서 2시간 26분 41초로써 세계 최고 기록을 작성할 때는 ‘선생님 얼굴이 보이도록 자동차를 일정한 거리로 앞서 모시오’ 하는 요구에 ‘설마 선생 얼굴 보는 일이 뛰는 다리에 힘이 될까’ 하면서도 이 때에 생도는 교사의 심장 속에 녹아 합일되어 버렸다. 육향교 절반 지점부터 종점까지 차창에 얼굴을 제시하고 응원하는 교사의 양 뺨에는 제지할 줄 모르는 열루(熱淚)가 시야를 흐리게 하니 이는 사제 합일의 화학적 변.. 2021.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