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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57

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시편 1편 6절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을 지(知)라고 합니다. 그와 달리 그의 사람됨을 알아주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식(識)이라고 합니다. 지(知)는 일방적 관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식(識)은 상호적이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 가득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삶에서 걸어온 걸음과 지향(志向)을 귀히 여기면서 수용해주는 이를 만날 때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지요. 잘못살지 않았구나! 때로 지칠 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2021. 4. 8.
봄(22) 꽃으로 피었으니 꽃으로 져야지 요란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걸음걸음들 다시 한 번 눈부시다 - (1996년) 2021. 4. 8.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구절을 중심으로 한땀한땀 닿으려 합니다. 시편 1편 5절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들은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공동번역》) 天心所不容 群賢所棄絶〔천심소불용 군현소기절〕 하느님 싫어하시는 것을 믿음의 사람들은 버리고 멀리하네(《시편사색》, 우징숑) 신앙이란 여러 모양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오는 것을 곰곰히 살피면서 이걸 내가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내 삶의 일부로 삼을 것인가를 묻는 연습입니다. 이 연습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삶에서 받아들일 것과 멀리할 것을 결정하시는 분은 우.. 2021. 4. 7.
봄(21) 너무 쉽게 진다고 너무 쉽게 밟진 마세요 언제 한 번 맘껏 웃은 적 있는지 애써 묻지 않잖아요 - (1996년) 2021. 4. 7.
봄(20) 감탄할 새도 없이 목련이 터지고 안쓰러울 틈도 없이 목련이 지고 우리 생 무엇 다를까 괜스레 꽃잎 밟는 발끝 아리고 - (1996년) 2021. 4. 6.
봄(19) 모두가 본 것을 보았다면 모두가 들은 것을 들었다면 덩달아 말했겠지요 두 팔 벌려 그냥 웃는 이유를 당신이야 아시겠지요 - (1996년) 2021. 4. 5.
봄(18) 겨우내 집안에 있던 화분들을 어느 날 아내는 밖으로 낸다. 일광욕 시키듯 나란히 내 놓았다. 고만고만한 화초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처럼 볕을 쬔다. 일찍 핀 몇몇 꽃들이 해맑게 웃고 눈이 부신 듯 이파리들은 환한 윤기로 반짝인다. 더욱 곱고 따뜻하게 내리는 별 조심스레 볕이 문을 두드린다. 봄이다. - (1996년) 2021. 4. 4.
봄(17) 애써 묻지 마세요 맞아요 흔들린 적 있어요 바람에도 별빛에도 무시로 흔들렸지요 그래도 한 가지 당신을 떠난 적 없답니다 그럴수록 더 깊이 당신 향해 뿌리를 내렸으니까요 - (1996년) 2021. 4. 3.
평범한 행복의 꿈을 내려놓고 “내적 자유와 진정성에 대한 물음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이 땅에서 구현되는 하나님의 통치를 부인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굳게 잡으십시오.”-브루더호프 공동체 설립자 하인리히 아놀드 그리스도의 자비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어느덧 우리는 사순절 순례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늦추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잿빛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계절의 흐름은 이렇게 유장하건만 사람 홀로 유정하여 희망과 절망 사이를 분주하게 오갑니다. 가만히 꽃 앞에 멈추어 서면 우리 속에서 들끓던 소리가 비로소 잠잠해지고 결삭은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듭니다. 지난 40일 동안 늘 책상머리에 두었던 사순절 달력.. 2021.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