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를 눈동자 같이

사진/김승범

 


목요성서모임에서 사도행전을 인도하던 김 목사가 몇 주 미국을 다녀오게 되어 비게 된 시간을 손곡교회 한석진 목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동양사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형이라 신선한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석진 형은 '도마복음'을 택했고, 우리는 석주 동안 도마복음을 읽고 얘길 나눴다. 


1945년에 우연히 Nag-hamadi 박물관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발견된 도마복음은 인도로 전도를 간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그곳에서 쓴 복음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예수가 말했다 -'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은 모두 114개의 말씀으로 이루어졌는데 일종의 선문답 같은, 불교 문화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재해석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요한복음이 헬라문화권 안에서의 복음에 대한 재해석이었다면 도마복음은 불교문화권 안에서의 재해석인 셈이었다. 기록연대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중간 시기라 하니 도마복음은 요한복음보다 앞서 시작된 타문화 속에서의 토착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이 <말씀25)였다. <예수가 말했다. "너희 형제를 너희 자신의 영혼처럼 사랑하라. 그를 너희의 눈동자처럼 지켜라.">


형제를 눈동자같이 지키라고? 눈동자라면 우리 몸의 지체 중 어느 부분보다도 가장 본능적으로 보호받는 곳이 아닌가. 그렇담 형제를 눈동자 같이 사랑하고 지키라는 얘기는, 형제를 본능적으로 사랑하고 지키는 뜻과 다르지 않으리라.


선택의 문제가 아닌 본능의 문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어디 까지 닿아야 덜 거짓 되는 것인지, 새삼 아득해지는 마음이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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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송대선의 시편묵상 2021. 4. 9. 06:36

시편 1편 2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공동번역)

 

優遊聖道中 涵泳徹朝夕우유성도중 함영철조석

거룩한 말씀 새김질하며 거닐며 종일 그 말씀에 젖어드노라(시편사색, 우징숑)

 

어떤 이가 신앙생활을 잘하고픈 젊은이에게 물었다고 합습니다. 평생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이 여정에서 무엇을 얻을 것 같습니까? 젊은이가 머뭇거리자 자답하길, 평생 이 여정을 통해 몸맘, 영혼을 꿸 단 한마디 말씀을 얻으면 충분합니다. 그 한 말씀을 펼치면 성서 전체가 녹아져 있거니와 우주를 담고도 남을 만큼이 됩니다. 이 한 점 인생을 담기에는 너무도 넉넉하지만 그 말씀을 거두어 마음에 새기면 좁디좁아 바늘 끄트머리같은 마음 중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러르면 흔들림없는 북두성이 되고 나아갈 땐 정확히 일러주는 이정표가 됩니다. 머물면 새 힘을 얻는 쉼터가 되고 갈할 때 정신을 일깨우는 생수가 됩니다. 그 한 말씀만 얻으면 됩니다. 그 한 말씀을 그분께 얻었습니까? 그 한 말씀을 들었습니까?

 

사진/김승범

 

말씀을 그저 읽으려 들고 해석하려 들어서는 결코 말씀을 생생히 듣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겠지요. 알량한 지식과 신학으로 어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재단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읽기로는 도무지 말씀을 듣는 사건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좁은 눈과 마음을 지닌 인생이 거룩한 말씀을 감히 해석하고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을 그만두고 말씀이 인생을 사로잡아 감겨져있던 눈을 뜨게 하고 삶을 선연히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머물며 기다려야 합니다. 시인은 이를 거룩한 말씀의 전원을 거니는 것(優遊)이고 은혜의 강물에서 자맥질하며 젖어드는 것(涵泳)이라 일러줍니다. 이를 유한한 시간을 거룩하게 낭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내 삶의 주인이라고 여겨 능동이었던 내가 말씀 앞에서 수동이 되어 머물면 이제껏 수동이시던 말씀이 능동이 되어 내 삶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말씀은 우러나는 맛으로 다가옵니다. 말씀의 맛은 내가 억지로 깨달으려 하면서 쥐어짜서 얻는 것이 아니라 거기 머무는 가운데 절로 우러나 나를 덮어버리고 취하게 만들지요. 말씀의 전원을 걸으며 거기 가득한 신비로운 것들에 취하면 걷는 나는 잊혀지지요. 자맥질하던 나는 물의 흐름에 온전히 맡겨지지요. 그러니 누리고 즐기며 경탄하고 놀라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들린 말씀은 자연 내게 길이 되어 내 발걸음을 이끌지요. 그런 후에야 생명이 되어 이 세상을 생생히 살아가게 합니다. 그런 후에야 진리가 되어 거짓과 오류의 엉킨 실타래를 풀리게 합니다. 그런 말씀을 어찌 감히 내가 읽을 수 있겠습니까? 말씀이여 오셔서 제발 저를 좀 읽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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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편 4절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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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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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편 2절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빈정대는 자 또한 왜 이리도 많사옵니까?(《공동번역》 彼無神助 其命幾何(피무신조 기명기하) 하느님이 저를 돕지 않으시니 그 목숨 앗는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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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편 3절 알아 두어라, 야훼께서는 경건한 자를 각별히 사랑하시니, 내가 부르짖으면 언제나 들어 주신다.(《공동번역》) 須知主公明 忠良是所秩(수지주공명, 충량시소질) 모름지기 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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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시편 5편 1, 2절 한숨짓는 까닭을 알아주소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 체 마소서(《공동번역》) 鑑我默默情(감아묵묵정) 聆我哀哀號(영아애애호) 침묵으로 말씀드리는 저를 살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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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시편 6편 4,5절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소서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공동번역》) 祈主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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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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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소원



어둠이 한참 내린 저녁, 아내가 부른다. 나가보니 작실에서 광철 씨가 내려왔다.


“청국장 하구요, 고구마 좀 가지고 왔어요. 반찬 할 때 해 드시라고요.”


그러고 보니 광철 씨 옆에 비닐봉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엔 허옇게 덩이진 청국장이 서너 개 담겨 있었다.


“청국장을 누가 했어요?” 


아버지와 광철 씨 뿐 청국장을 띄울만한 사람이 없다.


“제가 했어요. 그냥 했는데 한번 먹어보니 맛이 괜찮던데요.” 


사실 난 청국장을 잘 안 먹는다. 아직 그 냄새에 익숙하질 못하다. 그러나 광철 씨가 띄운 것, 비록 광철 씨 까만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정을 생각해서라고 맛있게 먹으리라 생각을 하며 받았다.

 

사진/김승범


식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광철 씨와 편하게 얘기 나눈 지도 오래 되었다. 중학교 다니다 말고 도시로 나간 봉철이와 중학교 졸업하고 미싱공이 된 민숙이의 소식을 광철 씨는 더는 몰랐고, 바로 아래 남철 씨 소식도 몰랐다.


“뭐 덕은리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부론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큰 어머닌 충주에 가 있다구 하구요.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원.”


광철 씨는 남 얘기 하듯 동생 얘길 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일 날은 언제인지, 그런 날이 있기나 할 것인지.


“일하러 가문요, 사람들이 자꾸만 저더러 그래요. 목사님께 자꾸 졸라서 장가 좀 보내 달라고 그래라구요.” 


광철 씨가 장가 얘기를 꺼냈다. 가만히 광철 씨를 바라보니 왠지 쑥스러운 표정이다.


“광철 씨, 장가가고 싶어요?” 


의외로 광철 씨 대답이 선뜻이다. 


“빨리 장가를 가야 빨래도 하고 밥도 짓고, 그리고 아들도 나을 텐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광철 씨 얼굴에 부끄러움과 진지함이 밴다. 어쩜 광철 씨는 동네 사람들을 핑계 삼아 자기 마음속 가장 깊은 소원을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34살 노총각 광철 씨. 하기야 결혼이 한 때의 동정이 아닐진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가벼운 위로 삼아 건네는 말 뿐, 아무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못하는 결혼을 마음속 소원으로 갖고 있는 광철 씨.


광철 씨의 막연한 소원.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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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일으키는 만남

“끝으로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같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그리하면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고후 13:11)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마치 오래 입은 상복을 벗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별되게 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삼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순절 기간 동안 저를 사로잡았기 때문일 겁니다. 시편 시인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입고 있는 슬픔의 상복을 벗기시고 기쁨의 나들이옷을 갈아입히신다고(시 30:11) 고백하지만, 아직 기쁨의 나들이옷은 준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며칠 청명하더니 또 다시 미세먼지가 우리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명자나무 붉은꽃은 찬란하고 복사꽃은 화사합니다. 자주괴불주머니와 광대나물, 냉이꽃과 제비꽃도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합니다.

제게는 이 봄이 조금은 특별합니다. 지난 4월 5일은 제가 청파교회의 인연을 맺은 지 만 4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방황하고 있던 3월의 어느 날, 몇 년째 함께 조그마한 교회에서 동역하고 있던 목사님께서 함께 갈 데가 있다며 나를 데리고 온 곳이 바로 청파교회였습니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풍채가 당당한 목사님이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박정오 목사님이셨습니다. 사실 나는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선배 목사님께 인사를 여쭙는 자리에 저를 데려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분 목사님께서 한 동안 농담조의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한참 후에 생각났다는 듯이 박 목사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김 전도사, 잘 왔어.”

최초로 들은 전도사라는 호칭입니다. 그 호칭이 매우 낯설게 들렸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김선생’으로 불리웠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 다니면서도 목회를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목사님으로부터 ‘전도사’로 불리고 나니 뭔가 덫에 걸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 목사님은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내 목회는 말이야, 방목이야. 나는 울타리를 좁게 쳐서 양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야. 사람들이 울타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하고 싶어. 그러니 김 전도사도 사람들을 동원할 생각하지 말아.”

그제서야 저는 제가 이 교회에 전도사로 초빙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건 제 의지와는 거의 무관하게 일어난 일입니다. 나중에 저는 그 목사님이 나를 청파교회에 팔아 넘겼다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인생이란 스스로 길을 선택할 때도 있지만, 길에 의해 선택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일 때문일 겁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저에게 목사님은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김 전도사, 내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해. 그러다가 나와 생각과 지향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거든 깨끗하게 떠나.”

이 말이 제게는 아주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속으로 ‘그렇지, 내가 뭐 누구 눈치나 보고 살 사람은 아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유보 없이 유쾌하고 호탕한 박 목사님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날이 어쩌면 제게는 운명과도 같은 날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그날이 제 운명의 지침이 바뀐 날입니다. 잠시 떠나 있을 때도 있었지만 저는 그날 이후 전도사로, 소속 목사로, 부목사로, 담임목사로 40년을 청파교회에 몸을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고, 많은 분들을 떠나보냈습니다.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박 목사님은 맑고 깨끗하고 당당한 삶과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로 제게 목회자의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교우들은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저를 늘 넉넉한 사랑으로 감싸주셨습니다. 그 사랑이 저를 목회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 구심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시간이 우리 속에 새겨놓은 흔적 혹은 무늬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났던 많은 이들이 조형의 칼날이 되어 나의 인격과 태도와 믿음을 형성했다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것뿐입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부력(浮力)을 신뢰하는 것이라는 마커스 보그의 말을 좋아합니다. 믿음은 나의 가능성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가능성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에 몸을 맡기면 물이 두둥실 우리 몸을 떠받쳐 주는 것처럼 하나님도 우리를 그렇게 돌보십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이들이야말로 하나님이 쓰시는 부력의 도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김승범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만남은 어떤 형태로든 사건을 일으킵니다. 그 사건은 다른 말로 하면 변화입니다. 마음에 그리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사람들은 자기 삶의 모든 가치들을 재배치합니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살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물론 중요합니다. 우리들 속에는 그 동안 의미 있게 만나왔던 사람들의 숨결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 또한 다른 이들의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물론 부정적인 만남도 있습니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만남 말입니다. 그와 만났기 때문에 내 삶이 복잡해지고, 더러워지고, 탐욕스럽게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웃 사랑이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속에 맑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흔적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공자께서 노나라 환공의 사당을 구경했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의기欹器, 즉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 공자는 묘지기에게 이게 무슨 그릇이냐고 물었습니다. “자기 곁에 놓아두었던 그릇[유좌지기宥坐之器]입니다.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집니다. 이것으로 경계를 삼으셨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을 시켜 그 그릇에 물을 붓게 했습니다. 그러자 묘지기의 말과 같았습니다. 그는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느냐고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습니다. “지만持滿, 즉 가득 참을 유지하는 데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더는 방법은요?”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약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지.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하나 겁먹은 듯이 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지. 이를 두고 덜어내어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지덕至德을 갖춘 사람뿐이다.”(정민, <조심操心>, 김영사, p.30-31에서 재인용)

여기서 나온 말이 지만계영持滿戒盈입니다. 차면 덜어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득 채워지는 순간 자기의 실상을 잊기 쉽습니다. “도가니는 은을, 화덕은 금을 단련하듯이, 칭찬은 사람됨을 달아 볼 수 있다”(잠 27:21)고 했습니다. 칭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영혼의 전락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덜어내고 비우라는 말이 기독교인들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충만한 은혜’, ‘충만한 복’, ‘하나님의 온갖 충만하심’, ‘성령의 충만함’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듣기 때문입니다. 충만의 뜻은 ‘가득하게 참’입니다. 사람들은 ‘가득 참’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충만이라는 뜻의 헬라어 ‘플레로마pleroma’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다 채워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론 그 문자적 의미는 ‘가득하다’는 뜻이지만 신약에서 그 단어는 주로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현존, 능력, 풍요로움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은혜를 충만히 누리는 이들은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누군가의 선물로 내놓는 사람입니다.

바울 사도는 자기 몸에 있는 가시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그것이 떠나게 해 달라고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하나님은 그 청을 들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응답의 거절도 때로는 응답입니다. 거절된 응답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바울이 성찰 끝에 얻은 결론은 이것입니다.


“내가 받은 엄청난 계시들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과대평가 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내가 교만하게 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고후 12:7a)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것 같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계심이 풀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또 다시 비대면 예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깊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매개로 한 집단 감염이 또 다시 여기저기서 발생하면서 교회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사뭇 날카롭습니다.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친밀한 교제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잠시 멈춰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복의 매개가 아니라 감염병의 매개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아직도 우리가 함께 써가야 할 신앙의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지체들은 다닌 연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우리 신앙 이야기의 공동 저자입니다. 사실 저자는 주님이시고 우리는 그의 손에 들린 필기구라고 말하는 게 합당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동행할 수 있음이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서로 영혼의 숫돌이 되어 모난 부분이 갈려나가고, 무디어진 부분은 예리하게 바뀌어 그분의 쓰임에 합당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몸 성히, 마음 성히 잘 지내시기를 빕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4월 8월
담임목사 김기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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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비

사진/김승범

 




꽃잎이 꽃잎을 감싸며
꽃잎이 꽃잎을 안으며

작고 순한 이름들이
꽃잎비로 내린다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순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싸며
서로를 안으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산을 감싸며 
한 잎의 시가 되고

들을 안으며 
한 잎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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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송대선의 시편묵상 2021. 4. 8. 06:33

시편 1편 6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을 지()라고 합니다. 그와 달리 그의 사람됨을 알아주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식()이라고 합니다. ()는 일방적 관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식()은 상호적이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 가득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삶에서 걸어온 걸음과 지향(志向)을 귀히 여기면서 수용해주는 이를 만날 때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지요.

 

잘못살지 않았구나! 때로 지칠 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지기(知己)와 지음(知音)을 찾았습니다. 백아(伯牙)가 마음에 산을 그리며 현을 뜯을 때 그 소리를 들으면 고산(高山)이 떠오른다며 흥에 젖고, 물을 그리며 현을 뜯을 때 그 소리에 흐르는 물소리가 떠오른다며 취하던 벗이 바로 종자기(鍾子期)였지요. 그래서 지금도 고산유수(高山流水)는 가장 친밀한 벗을 이릅니다.

 

그 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를 버렸습니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데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발휘할 이유가 없었던거지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전부를 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지요. 그러니 벗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신 말씀은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좋은 벗 사이에 일어나는 거룩한 사건이지요.

 

사진/김승범

 

시편의 시인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믿음의 사람을 알아주신다고 노래합니다. 그렇게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분 앞에 선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옛적에는 벗이 될 때 지위가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요. 예를 들면 누군가는 지방의 수령이고, 누군가는 초야의 가난한 포의(布衣)일 뿐입니다. 둘 사이는 어떻게 벗이 될까요? 이를 위해서 수령이 예를 취합니다. 초야의 가난한 선비를 벗으로 맞는 예를 다하기 위해 수령은 가마를 보내고 사람을 보내어 정식으로 그가 머무는 관아로 청합니다. 모시러 온 이는 보낸 이의 뜻을 전하며 받아들여주십사 곡진한 예를 다합니다. 그러고서야 초야의 선비는 이 정중한 초대에 응합니다.

 

옛 사람들은 이를 알아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껏 초야에 머물며 깨끗한 삶을 살던 이가 먼저 권력의 위세로 가려져있는 삼엄한 관아에 홀로 나아가 수령을 찾을 수 없지 않습니까? 남들이 볼 때 그가 권세있는 이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가 살아온 이제까지의 삶의 결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지요. 이게 옛 사람들의 벗을 알아줌이며 격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하물며 주님과 우리 사이에도 그보다 훨씬 더 한없는 간격이 존재합니다.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간격이요, 허물있는 인생과 거룩한 분과의 간격입니다. 헌데 그분은 우리가 주눅들지 않도록, 그 간격에 절망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먼저 찾아오시고 불러주시고 기다려주시며 더군다나 보잘 것 없는 믿음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인정해주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인정받는 것이 아니지요. 그분의 한없는 자비로 인하여서지요. 그렇게 받아주시니 이제 인생은 받아들여질만한 삶과 믿음으로 자라나겠습니다. 그 덕분에 어부였던 갈릴리 시몬이 제자 베드로가 되었고, 핍박자 사울이 전도자 바울이 되었으며 양을 돌보던 목동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으며 말더듬었던 사람이 새역사의 디딤돌이 된 것이겠지요.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fzari.tistory.com/2510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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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시편 3편 1절 吾敵何多(오적하다)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시편사색》, 우징숑) 당신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거나 마음을 다지면 걸리는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 저를 덮치면서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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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편 3편 4절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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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적들을 쳐주소서!fzari.tistory.com/2540?category=974810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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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이를 특별히 마음에 두시네

시편 4편 3절 알아 두어라, 야훼께서는 경건한 자를 각별히 사랑하시니, 내가 부르짖으면 언제나 들어 주신다.(《공동번역》) 須知主公明 忠良是所秩(수지주공명, 충량시소질) 모름지기 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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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은 세고 어둑하기 한이 없어라fzari.tistory.com/2568

 

고집은 세고 어둑하기 한이 없어라

시편 4편 2절 너희, 사람들아! 언제까지 나의 영광을 짓밟으려는가? 언제까지 헛일을 좇고 언제까지 거짓 찾아 헤매려는가?(《공동번역》) 嗚呼濁世子 冥頑盍有極(오호탁세자 명관함유극)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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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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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22)

사진/김승범

  

꽃으로 피었으니
꽃으로 져야지
요란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걸음걸음들
다시 한 번 눈부시다

-<얘기마을>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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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송대선의 시편묵상 2021. 4. 7. 07:29

 

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구절을 중심으로 한땀한땀 닿으려 합니다.

 

사진/김승범

 

시편 1 5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들은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공동번역)

 

天心所不容 群賢所棄絶천심소불용 군현소기절

하느님 싫어하시는 것을

믿음의 사람들은 버리고 멀리하네(시편사색, 우징숑)

 

신앙이란 여러 모양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오는 것을 곰곰히 살피면서 이걸 내가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내 삶의 일부로 삼을 것인가를 묻는 연습입니다. 이 연습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삶에서 받아들일 것과 멀리할 것을 결정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주님이시기에 여쭙고 기다리는 중에 그분과도 가까워집니다. 마음에 담아야 할 것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깨어있는 연습을 통해 그분과 점점 친밀해지고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시인은 이 여정을 통해 훈련된 신실한 이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보여줍니다.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하느님 싫어하시는 바를 버리고 끊어냅니다.

 

그 간격을 분별하지 못하면 사욕(私慾)이 끼어들고 신앙은 엉클어지거나 자기합리화를 하기 마련입니다. 사무엘의 질책에 아랫사람 핑계로 얼버무리려는 사울 왕처럼 되고 말지요(사무엘상 15). 시간이 좀더 흐르면 자기합리화는 나만 그런가? 다들 그러지 않던가?’ 하며 도리어 하느님께 성을 내면서 왜 내게만 그러시냐고 따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택하는 순간순간에 하느님께서 친히 개입하시고 때로는 어리석은  인생을 위해서 강권적으로라도 일러주시길 구할 일입니다. 내 바람과는 좀 달라서 그 순간은 섭섭하고 아쉽고 원망스러울지라도 조금의 시간만 지나면 늘 알 수 있지 않던가요? 그분이 늘 옳으셨음을 말입니다.

 

그러니 빈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에 그분의 뜻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이 기도입니다. 내가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과 움켜쥐고 싶은 것들을 손꼽으며 하느님을 설득하는 것이 기도가 아닙니다. 그분 앞에 선 내 마음에 혹여 무슨 의도가 있는지 볼 일입니다.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fzari.tistory.com/2510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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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시편 5편 1, 2절 한숨짓는 까닭을 알아주소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 체 마소서(《공동번역》) 鑑我默默情(감아묵묵정) 聆我哀哀號(영아애애호) 침묵으로 말씀드리는 저를 살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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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의 마음 담아, 오롯한 사랑을 나누며https://fzari.tistory.com/2588?category=974810

 

경외의 마음 담아, 오롯한 사랑을 나누며

시편 5편 7절 당신의 크신 사랑만을 믿고 나는 당신 집에 왔사옵니다. 주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향하여 엎드립니다.(《공동번역》) 我欲入主室 暢沾主膏澤(아욕입주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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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https://fzari.tistory.com/2591

 

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시편 6편 4,5절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소서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공동번역》) 祈主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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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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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21)

 

사진/김승범



너무 쉽게 진다고
너무 쉽게 밟진 마세요
언제 한 번 맘껏 웃은 적 있는지
애써 묻지 않잖아요

-<얘기마을>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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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20)

 



감탄할 새도 없이
목련이 터지고
안쓰러울 틈도 없이
목련이 지고
우리 생 무엇 다를까
괜스레
꽃잎 밟는 발끝
아리고

-<얘기마을>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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