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애



저녁무렵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정옥 집사님이 교회에 들렸렀니다. 밥 해 날랐던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었고, 손엔 들꽃을 한 다발 꺾어 들었습니다. 


집사님은 제단의 꽃을 방금 꺾어온 꽃으로 갈았습니다. 때를 따라 다르게 피어나는 들꽃을 꺾어 집사님은 즐겨 제단을 장식하곤 합니다. 그 일을 당신의 몫으로 여기며 기쁨으로 감당합니다. 제단에 놓이는 들꽃은 그 수수함 하나만으로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제단에 꽃을 갈은 집사님이 예배당 마당으로 내려서더니 “어휴, 개똥!” 하며 벽돌 몇 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노는 곳이다 보니 예배당 마당엔 동네 개들도 적지 않게 모이고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개똥이 널리기 일쑤입니다. 며칠만 안 치워도 티가 날 정도입니다. 

 

 


집사님은 벽돌을 가지고 이상한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벽돌 두개를 양쪽으로 놓고 그 위에 벽돌 한 개를 가로질러 얹었습니다. 돌멩이를 두 개 놓고서 그 위에 벽돌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이내 서너 개의 작은 돌문이 세워졌습니다. 


"아니, 집사님, 그게 뭐하는 거예요?" 


아이들 소꿉장난하듯 돌을 세우는 집사님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게 방애라는 거예요. 이렇게 놓으면 개들이 똥을 안 눠요. 부엌에 솥단지 걸어둔 줄로 아는 거죠." 


돌을 걸어두면 그걸 솥단지로 알고 개들이 똥을 안 눈다니, 그런 일이 다 있을까. 집사님 말이 쉬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못 믿겠다는 표정 앞에 집사님은 


"옛날부터 그랬어요. 작은 강아지들은 몰라도 웬만한 개들은 이걸 보곤 똥을 안 눌 거예요." 하며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시골에 살다보면 가끔 방애와 같은 신기한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승학이네 개의 목에 신발이 여러 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이유를 물으니 개가 자꾸 신을 물어가면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신을 며칠 목에 매달아 놓으면 그 다음부턴 신을 물어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방애를 만들어 놓은 다음날 은근히 결과가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개들이 알아보고 똥을 안 눴을까, 알아보고 똥을 안 눴다면 그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그래서 '개만도 못한 놈'이란 말이 나왔나. 궁금한 마음이 여간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마당, 어제 방애를 쳐 놓은 그 자리에 갔을 땐 한마디로 어이없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집사님이 공들여 자신 있게 만들어 놓은 ‘솥단지’ 앞엔 보란 듯이 개똥이 휘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무더기 굵다란 똥이 ~~


‘저런, 저런. 저런 개 같으니라구…….’ 


아직도 그런 효험을 믿고 있는 집사님에게 보다는 그런 것도 모르고 똥을 싸댄 개에게 턱없는 실망이 갔습니다. 하기야 사람도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는 터에 개에게 그런 것을 요구 한다는 것이 무리이긴 하겠지만요.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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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꽃과 별과 씨알

 


한 점의 꽃
한 점의 별

꽃밭에서 눈 둘 곳 잃을 때
어디 한군데 마음 둘 곳 없을 때

머리위 한 점의 별을 찾듯
발아래 한 점의 꽃을 찾는다

여기 흔한 
한 점의 꽃은

낮아지고 작아진 가장 가까운 얼벗
이 땅에 흩어놓으신 별자리

오늘도 하루를 걷다가
마음이 길을 잃으면 

한 점의 꽃과 별
그 사이에 사는 나를 지운다

숨으로 나를 지우며 
나도 한 점이 된다

한 점의 숨으로 머문
한 점의 빛,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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