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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54

나는 더 먼 길을 걷는 꿈을 꾼다(2) 다음날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들어가니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넘나들며 무지개 꽃을 피워낸다. 꽃천사 루루가 찾던 “행복의 무지개꽃”은 오늘 우리가 만난 햇살을 잠시 바라볼 여유만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테를링크의 책 ‘파랑새’에서도 주인공 틸틸은 결국 자신의 집에서 파랑새를 찾지 않았던가. 1코스는 접근성이 좋고 지리산 둘레길의 시작인지라 걷는 이들이 많다. 혼자 걷는 이부터 수십 명의 산악회까지 가족, 연인, 직장동료 등 길을 걷는 이들의 관계도 다양해보인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에서 우리는 참 다양한 인연의 거미줄을 치고 산다. 그 중 대부분은 돌보지 못한 세월에 사라지고, 일부는 크고 작은 풍랑에 끊기고, 남은 몇 가닥 거미줄만이 오.. 2021. 4. 25.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시편 3편 2절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빈정대는 자 또한 왜 이리도 많사옵니까?(《공동번역》 彼無神助 其命幾何(피무신조 기명기하) 하느님이 저를 돕지 않으시니 그 목숨 앗는 것쯤이야 저들은 큰 소리치지요. 저들의 소리가 이 땅의 현실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이 땅은 당신의 도우심을 우습게 아는 흙으로 되돌아가려는 중력과 어둠의 힘이 더 강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의지한다는 것은, 믿음의 여정을 걷는다는 것은, 눕고 일어나는 것이 다 당신의 은혜로 인한 것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순간순간 무(無)로, 흙으로 돌아가려는 중력의 무게 앞에서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일어나게 하시고 당신을 소망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두 당신의 은총 덕분임을 알게 해주십시오. 당신 장중에 잡혀 있는 이 순간.. 2021. 4. 25.
사랑의 고춧대 지난겨울 박수철 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론 누구보다도 아주머니가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몸 한쪽 편을 못 쓰는 남편 온갖 뒷바라지 하랴, 어떻게든 고쳐보려 천근같은 몸을 기대 오는 남편을 부축해 멀리 횡성까지 침 맞으러 다니랴, 치료비라도 보태려 틈틈이 농사지으랴 정신이 없습니다. 몸이 서너 개라도 쉽지 않을 일을 아주머닌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자식보다는 자신이 겪겠다며 고통의 한계를 몸으로 정해놓고 힘든 내색 없이 온갖 일을 꾸려갑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담보로 고통을 홀로 맞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하나님 찾는 아주머니의 마음은 절박할 수밖에 없어 기도 끝엔 늘 눈물입니다. 어느 날 박수철 씨 집을 찾아 아주머니와 함께 마루에 앉았을 때였습니다. 이렇게.. 2021. 4. 25.
꽃봉오리는 꽁꽁 움켜쥔 조막손 손안에 힘이 풀리면 다섯 손가락 꽃이 핀다 2021.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