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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43

어떤 결혼식 결혼식 주례를 하며 신랑 신부를 군(君)과 양(孃)이라 부르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면서도 왠지 군과 양이라는 호칭이 어색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신랑 49세, 신부 46세. 늦을 대로 늦은 결혼이었다. 자칫 만남이 어렵지 싶은 나이에 두 사람은 우연히 그러나 기막힌 인연으로 만나 잡다한 상념을 털기라도 하려는 듯 이내 약속의 자리에 섰다. 단강교회가 세워진 이래 교회에서 하는 첫 번째 결혼식이었다. 주일예배에 잇대어 잡은 시간, 그래도 흔쾌히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도 연소하고 해서 원하는 분 있으면 주례자로 모시라 했지만 굳이 주례를 내게 부탁했다. 뜻밖의 부탁은 더욱 거절할 수 없는 법, 주례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양가 가족만 모여서 단출한 식을 올렸음 했던 처음 바람과는 달리 적잖은 동네잔.. 2021. 4. 24.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四周(호아사주) 無所畏矣(무소외의) 나를 지키시는 당신의 임재 누리고서야 기실 두려워할 것 전혀 없었음을 알게 됩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그것은 사람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제 믿음의 여정과 이 길을 비틀려는 거짓에 대한 정확한 인식입니다. 물러나는 척 하면서 다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거짓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변장하여 전혀 새로운 양 접근하여 속삭이고 저를 설득하는지를 복기하는 것입니다. 잠깐 사이면 당신의 길과 세상의 길을 적.. 2021. 4. 24.
세작 하늘이 땅을 적시우는 곡우 땅에 엎드린 씨앗과 어린 초목들이 푸른 날 감사의 기도를 하얗게 피워 올리우는 산안개에 찻잎이 살을 찌우는 날 올해도 차밭에 갈 수 없는 아쉬움이 이제는 미안함이 되고 나는 갈 수 없지만 오늘 아침 이마에 닿은 공평하신 빗물 세례에 제자리에서 마음 놓이 감사의 기도를 하얗게 올리우는 날 2021.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