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의 사람

 




집을 나서기 전
아들에게 묻는다

너는 탐진치의 사람이 될래?
진선미의 사람이 될래?

먹방을 보던 아들은
말뜻을 이해를 못해

한시가 급한 엄마는 잘 들으라며
진선미의 말뜻만 얼른 알려주었다

진은 참되고 진실된 진
선은 착하고 선할 선
미는 아름다울 미

그런데 아들은 들은 체 만 체
그래서 엄마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했다

안하면 용돈도 밥도 없을 거라며 
아무 것도 없을 거라며

이윽고 아들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소리
한낮의 봄바람처럼 장난스럽게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새차게
밤하늘의 별빛처럼 멀어지는 말소리

비록 작지만 한 방울의 물이 바윗돌을 적시듯 
아들의 몸에 진선미의 말이 점점 새겨지기를

6학년이 된 아들이 유튜브와 세상을 검색할 때면
진선미의 말이 어둔 세상 별자리가 되어주기를

진선미의 말씨 한 알을 
아들의 몸에 떨군 봄날이 푸르다

그리고 내 안으로 뻗은 말의 뿌리는 
어디메까지 닿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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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재미

사진/김승범



요즘 규민이는 한창 노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놀이방 친구들과 한나절을 놀고, 놀이방이 끝나면 선아, 재성이, 규성이와 어울려 어두워질 때까지 놉니다. 교회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선아네 집에서 재성이네 집에서, 때론 뒷동산 산비탈에서 놀기도 합니다. 


자전거도 타고, 흙장난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놀다간 찾으러 나간 엄마 손을 잡고 돌아와 때론 저녁 밥상 앞에서 쓰러지듯 잠이 듭니다. 


졸리도록 노는 아이, 아이의 천진한 몰두가 내겐 늘 신기하고 적지 않은 자극도 됩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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