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12 봄(5) 윗작실 죽마골을 오르다 만난 꽃댕이 할머니 강 건너 꽃댕이 마을에서 시집온 뒤론 아예 이름이 꽃댕이가 되었다. 귀가 잡숴 큰소리로 싸우듯 소릴 쳐야 알아듣지만 사실 그럴 일이 뭐있담 그냥 얼굴 보면 알지 낯빛 보면 맘 알지 말은 그담 아닌가 환한 웃음으로 지나쳤는데 저만치 가던 할머니 뭐라도 잊은 듯 급하게 달려와선 혼자 사는 당신 집 빈 마루에서 웬 까만 비닐봉지 전하신다. 무슨 설명 대신 손을 잡는데 화로에 잘 익은 고구마처럼 할머니 손이 따뜻하다. 돌아와 열어보니 냉이와 달래 들었다. 혼자 사는 외로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득 들었다. 달래 향기가 싸하다. 봄이다. - (1996년) 2021. 3. 21. 봄(4) 산이 젖을 꺼내 젖을 준다. 두 손 벌겋도록 얼어온 자식 얼른 가슴 열어 젖가슴으로 녹이 듯 경운기 지나가는 거친 산비탈 겨우내 언살 녹여 어쩜 저리 고운 흙을 내는 걸까 못자리 할 때 되지 않았느냐고 못자리 하려면 고운 흙 필요하지 않냐며 젖을 꺼내 뽀얀 젖을 내는 봄이다. - (1996년) 2021. 3.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