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1)



윗작실 하루 두 차례 들어오는 버스 정류장 옆에 
허름한 집이 한 채 있다. 

 


여기저기 헐리고 주저앉은 다 쓰러져가는 토담집이다. 
오래된 장작이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문풍지 숭숭 뚫린 문은 바람과 친해져 무사통과다. 


거기 한 할머니가 산다. 
기구한 사연으로 한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세상에 근거 없는 삶을 살았다. 


집이라기보다는 움막 
그래도 겨울 내내 연기는 피어올랐다. 


밖으로 반 집안으로 스미는 것 반 
겨울잠을 자듯 또 한 번의 겨울을 할머닌 그렇게 났다. 


며칠 전 할머니 집 앞마당 
마당이래야 주먹만 한 마당에 파랗게 싹들이 돋았다. 
마늘이었다. 


짧고 좁은 가운데 길을 빼곤 
빼곡하게 마늘 싹이 돋았다. 


항아리 몇 개 놓인 뒤뜰 둑에 
산수유 꽃망울이 터진다. 
노랗게 터진다. 
봄이다.

-<얘기마을>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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