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때가 되면 제단에 올라 말씀을 전합니다. 
지치고 외로운 하나님 백성들이 하나님 집을 찾으면 배고픈 이들과 상을 나누듯 말씀을 폅니다. 
생이 그렇듯 멀고 낯선 말씀들, 그래도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이 말씀임을 어렵게 인정합니다. 
아픈 이를 만나 이야기 나누고, 눈물 흘리는 이와 함께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 

 


따뜻한 듯, 넉넉한 듯, 분명한 듯 말하지만, 
아니지요, 속으로 흔들리고 안으로 무너지는 마음들. 


나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멈출 힘도 없습니다.


저 흔들리는 촛불처럼 때마다 흔들리고 녹아듭니다. 
무릇 살아있는 건 흔들리는 것. 
촛불은 촛농으로 존재하는 것, 
이 밤도 당신은 말씀하며 가르치지만 
촛농처럼 눈물만 마음을 타고 흘러내릴 뿐입니다.

-<얘기마을>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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