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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2

사탕 한희철의 얘기마을(116) 사탕 가까운 친구 주명이가 죽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토요일 오후 우리는 저수지로 향했다. 고기, 우렁, 조개를 잡을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는 곳, 학교에선 가지 말라 금하였지만 철길 넘어 저수지는 어린 우리에겐 얼마나 신나는 곳이었던지. 갈 때마다 그러했듯 그날도 모두들 신나게 놀았다. 저녁 무렵, 집으로 오려고 철교 아래 모였는데 주명이가 보이질 않았다. 오리를 잡는다고 물로 들어갔다는데, 그 뒤론 모두들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입을 모아 주명이를 불렀다. 목이 쉬도록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도 나오지도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때가 저녁, 통근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친구 한 명과 나는 숨이 멎도록 기차역으로 달려가 퇴근해 돌아오는 주명이 형에게 그 사.. 2020. 10. 16.
고독의 방 신동숙의 글밭(255) 고독의 방 가슴으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못 견디게 시리도록 때론 아프도록 바로 이때가 고독의 방이 부르는영혼의 신호 사람을 찾지 않고 홀로 침잠하는 날숨마다 날 지우며시공간(時空間)을 잊은 無의 춤 처음엔 온통 어둠이었고 언제나 냉냉하던 골방입니다 홀로 우두커니 선 듯 앉은 듯 추위에 떨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반짝이는 한 점 별빛그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 먼 별이 살풋 짓는 여린 미소에 가슴 속 얼음이 녹아 눈물로 흐르면 흘러가기를 목마른 곳으로 골방에 나보다 먼저 다녀간 이가 있었는지아궁이에 군불이라도 지폈는지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문득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아.. 이제는 고독의 방으로 드는 일이 견딜만합니다 고요히 머무는 평온한 침묵의 방.. 2020.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