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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72

신동숙의 글밭(213) 결 광목으로 만든 천가방, 일명 에코백 안에는 푸른 사과 한 알, 책 한 권, 공책 한 권과 연필 한 자루, 잉크펜 한 자루, 주황색연필 한 자루, 쪼개진 지우개 한 조각이 든 검정색 작은 가죽 필통과 칡차를 우린 물병 하나가 있습니다. 쉼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살짝 조여진 마음의 결을 고르는 일이란, 자연의 리듬을 따라서 자연을 닮은 본래의 마음으로 거슬러 조율을 하기 위하여, 여러 날 고대하던 숲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숨을 봅니다. 호흡은 평소보다 조금은 느리고 긴 호흡입니다. 호흡이 느리면 자연히 발걸음도 느릿느릿 열심을 내지도 않고 목적도 없는 그야말로 느슨한 걸음입니다. 그 느슨함이 여유와 비움으로 이어지면서 숲의 들숨은 저절로 깊어집니다. 가다가 서고 머뭇머뭇.. 2020. 8. 17.
은하수와 이밥 한희철의 얘기마을(57) 은하수와 이밥 서너 뼘 하늘이 높아졌습니다. 밤엔 별들도 덩달아 높게 뜨고, 이슬 받아 세수한 것인지 높아진 별들이 맑기만 합니다. 초저녁 잠시뿐 초승달 일찍 기우는 요즘, 하늘엔 온통 별들의 아우성입니다. 은빛 물결 이루며 강물 흐르듯 밤하늘 한 복판으로 은하수가 흐릅니다. 제각각 떨어져 있는 별들이 다른 별에게로 갈 땐 그 길을 걸어가지 싶습니다. 옛 어른들은 은하수를 보며 그랬답니다. 가만히 누워 은하수가 입에 닿아야 이밥(쌀밥) 먹을 수 있는 거라고. 교우들을 통해 들은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은하수를 보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즉 햅쌀을 먹을 ‘때’에 대한 가르침일 수도 있고, 은하수 흐드러질 만큼 맑은 날씨, 그래야 한낮엔 뜨거운 볕에 벼가 익어갈 .. 2020.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