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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2

물빛 눈매 한희철의 얘기마을(54) 물빛 눈매 5살 때 만주로 떠났다 52년 만에 고국을 찾은 분을 만났다. 약간의 어투뿐 조금의 어색함이나 이질감도 안 느껴지는 의사소통, 떨어져 있는 이들이 더욱 소중히 지켜온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놀라웠다. 헤어질 때 7살이었던, 지금 영월에 살고 있는 형님 만날 기대에 그분은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강산이 변해도 수없이 변했을 50년 세월. 그래도 그분은 52년 전, 5살이었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동굴 있는 곳에 가서 제(제사)를 드리던 일과, 강냉이 밭 산짐승 쫓느라 밤마다 형하고 빈 깡통 두들기던 일, 두 가지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다. 50년 넘게 이국땅에서 쉽지 않은 삶을 살며 외롭고 힘들 때마다 빛바랜 사진 꺼내들 듯 되살리곤 했을 어릴 적 기억 두 가지... 2020. 8. 14.
8월에 순한 가을 풀벌레 소리 신동숙의 글밭(211) 8월에 순한 가을 풀벌레 소리 장마와 폭우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삼복 더위의 징검돌로 이어지던 8월의 한 여름 빛깔이 흐지부지해지고 있다. 이미 입추(入秋)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귀를 쨍쨍 울리던 한낮의 매미 소리가 여름 하늘을 쨍 울리지도 못하고 벌써 순하기만 하다. 저 혼자서 무더운 여름 한낮에 독창을 하던 매미 소리였지만, 가슴을 뚫고 들어오던 소리와는 달리 한결 순해지고 초가을의 풀벌레 소리와 섞이어 합창이 되었다. 여름과 가을이 나란히 부르는 8월의 노래다. 여느 때와는 달리 들려오는 소리도 바람의 냄새도 다른 초가을 같은 8월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삶의 모든 터전을 쓸고 간 물난리에 망연자실해 있을 이웃들의 마음이 멀리서도 무겁게 전해진다. 잠깐 쨍하고 나타난 여름.. 202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