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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2

찻물의 양 신동숙의 글밭(210) 찻물의 양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분명 언제부턴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일 터입니다. 어쩌면 선조들의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 있어서 입에 쓰지 않으면 몸에 유익함이 부족할 것이라는 믿음까지 일으키게 하는 선입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차를 자주 마시다 보니 가끔 저에게 찻물의 양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계량된 물의 양대로 맞추어야 하는지, 말하자면 이왕에 우려서 마시는 차 한 잔에서 최상의 효과까지 기대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을 해 드립니다. 목 넘김이 편안한 정도로 물의 양을 조절하시고, 우려내는 시간도 조정하시면 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계량은 참고만 하시고, 찻물의 기준은 내 몸이 되어야 .. 2020. 8. 13.
살아도 안 산 한희철의 얘기마을(53) 살아도 안 산 “그냥 살다 죽지 이제 살리긴 뭘 살려, 세금만 더 낼 텐데.” 치화 씨 어머니는 호적이 없습니다. 십여 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죽음 이후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치화 씨 어머니도 부산 어디 수용소에 갇히는 등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인데 그러는 사이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던 것입니다. 마을 사람 몇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호적 이야기가 나왔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까짓것 그냥 살다 죽지 뭘 하러 죽은 호적을 살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십년 넘어 만에 아들 치화 씨를 만나 기구한 삶 오늘에 이어오지만 그렇게 살아도 이 세상 안 산 걸로 돼 있는 치화 씨 어머니. 언제 한 번 생이 따뜻이 그를 맞아줘 살 듯 산 적 있었겠냐만, 살아도 안 산,.. 2020.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