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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58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한희철의 얘기마을(33)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8-30) 박민하 성도님 댁을 심방 하면서 위의 성경을 읽었다. 무거운 짐, 걱정일랑 주께 맡기자는 말씀을 드렸다. 말씀 중에 ‘멍에’도 그렇고 ‘두 마리 소가 나란히 밭을 간다’는 농사법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다. 함께 모임 교우들이 더 쉽게 그 말을 이해했다. 박민하 성도님은 ‘두 마리 소’를 ‘겨릿소’로 받으셨다.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내 백성은 나를 모른다.”(이사야 1:1-20)는 속회 공과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알아보나요?” 여쭸더니 “그럼요, 주인보다 먼저 알아보고 좋아 하는데요.” 허석분 할머니가 자신 있게 대.. 2020. 7. 2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한희철의 얘기마을(3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비도 안 내리시게.” 옛날, 일이 너무 고된 한 머슴이 하늘 보고 그랬답니다. 비나 와야 잠깐이라도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있었을 테니까요.쉴 새 없이 일에 쫓기는 치화 씨와 광철 씨를 보고 우속장님이 머슴 이야기를 했습니다.겹쳐 쌓인 피곤을 채 돌보지 못하는 그들의 지친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입니다. (1990) 2020. 7. 21.
말씀 신동숙의 글밭(194) 말씀 나는 한 알의 씨앗 오늘은 빈 가슴 어디쯤에 앉아서 새순을 틔울까 말없이 기도의 뿌리를 내리며 2020. 7. 21.
고픈 얘기 한희철의 얘기마을(31) 고픈 얘기 수요예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부엌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광철 씨였다. 작실 분들과 돌아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웬일이에요, 광철씨?”“지난 번 가져다 드린 밤 잡수셨어요?” 밤이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광철 씨는 늘 그렇게 먹을 것을 전하려 애를 쓴다. 예배시간 이따금씩 제단에 놓이는 들꽃도 광철 씨 손길이다. 그게 광철 씨 믿음이요 사랑이다. 들꽃을 꺾어서, 밭뙈기 호박을 심어서, 남의 집 일하곤 한 줌 땅콩을 얻어서 못 드리는 헌금 대신 드리는 광철 씨, 가장 가난하고 가장 깨끗한 드림이다. 광철 씨는 밀린 얘기를 했다. 안쓰럽다 여길 뿐, 아무도 그의 얘기 귀담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례 치러주어 고마웠다.. 2020. 7. 20.
청소년 담배, 차마 모른체 할 수 없어서 신동숙의 글밭(193) 청소년 담배, 차마 모른체 할 수 없어서 길을 걷다가 자녀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면, 꼭 우리 아들 같아서. 덩치가 크던 작던, 피부가 희든 검든, 집에서는 천금 같은 자식일텐데 싶어, 말 한 마디 눈빛 하나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저를 낳아주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였고, 산동네 길고양이 새끼 같은 어린 저를 바라보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눈길이 그 옛날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 봄햇살처럼 따스하였습니다. 큰아이가 7살이던 가을입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건너편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딸아이를 데려다줄 때의 일입니다. 피아노 학원 수업 시간이 4시니까 큰아이를 데려다 주던 그때는 방과후 수업이 있고, 고학년들이 가방을 메고 정문을 나서던 시간대입니.. 2020. 7. 20.
시간이 은총으로 가득 차는 충만함 시간이 은총으로 가득 차는 충만함 -“김기석 목사의 365일 날숨과 들숨” 전 3권-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내가 만난 올해의 첫 책이 “김기석 목사의 365일 날숨과 들숨” 전 3권이다. 1권 , 2권 , 3권 . 모두 출판사 “꽃자리”가 2020년 1월 6일에 펴낸 책들이다. 말 그대로 1년 365일 매일 읽을 성경 본문, 저자의 본문 해설, 저자가 작성한 기도문이 이 책의 뼈대다. 이것이 성도의 영성 훈련을 위한 하루 분, 한 꼭지의 주요 구조다. 날마다 읽고 명상할 자료의 하루 분 분량은 3.5쪽 미만이다. 책을 펴면, 날자 표시와 함께 그 날의 명상의 주제가 제목으로 실려 있다. 성경 본문은 66권 안에서 저자가 임의로 선택한 5절 안팎의 발췌 본문이다. 인용된 성경본문은 (1993)이 개.. 2020. 7. 19.
어떤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30) 어떤 기도 새벽 세 시경 일어나 세수하면 그나마 눈이 밝습니다. 성경 몇 줄 읽곤 노트를 펼쳐 몇 줄 기도문을 적습니다.머릿속 뱅뱅 맴돌 뿐 밖으로 내려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서툰 기도 몇 마디, 그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 두 방울 물 받듯 노트에 적습니다.그러기를 며칠, 그걸 모아야 한 번의 기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 데 모았다고 끝난 건 아닙니다.흐린 눈, 실수하지 않으려면 몇 번이고 읽어 익숙해져야 합니다.그 때마다 흐르는 눈물,같이 자는 남편 놀라 깨기도 하고, 몇 번이고 눈물 거둬 달라 기도까지 했지만, 써 놓은 기도 읽기만 해도 흐르는 눈물, 실컷 울어 더 없을 것 같으면서도 기도문 꺼내 들면 또다시 목이 잠겨 눈물이 솟습니다. 안갑순 속장님의 기도는 늘 그.. 2020. 7. 19.
오늘 뜬 아침해 신동숙의 글밭(192) 오늘 뜬 아침해 오늘 뜬 아침해가그토록 닿길 원하는 후미진 땅은 밤새 어두웠을 내 깊은 마음 속 땅인지도 빈 하늘인지도 오늘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닦아주는 얼굴은 밤새 적시운내 눈가에 맺힌 눈물인지도빈 들에 이슬인지도 내 뺨을 스치운 바람이 늘 무심결에 부르는 노래인 듯춤사위인 듯 2020. 7. 19.
널 닮고 싶구나 한희철의 얘기마을(29) 널 닮고 싶구나 오후에 작실로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 잎담배를 심는 날이다.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 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 이가 줄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걸음이다. 하루 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아무런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평생 일만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이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일까?’ 깜빡이는 소의 커다란 눈이 유난히 맑고 착하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내려오는 길,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구나. 널 닮구 싶구나. (1990) 2020.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