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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12

도시락과 반찬통 한희철의 얘기마을(42) 도시락과 반찬통 도시락에 대해 물은 건 떠난 민숙이 때문이었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를 졸업한 민숙이가 도시락을 챙겨줬을 터였지만 민숙이 마저 동네 언니 따라 인천 어느 공장에 취직하러 떠났으니 도시락은 어찌 되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일 오후 광철 씨네 심방을 갔다가 봉철이를 만난 것이었다. “안 싸가요.” 봉철이의 대단은 간단했다. “왜?”“그냥, 싸 가기 싫어요.”“그럼 점심시간엔 뭘 하니?”“혼자 놀아요. 혼자 놀다 아이들 다 먹고 나오면 같이 놀아요.”“도시락은 없니?”“도시락은 있는데 반찬통이 없어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반찬통이 없다니. 정말 없는 게 어디 반찬통일까. 재작년 엄마 병으로 하늘나라 가시고, 올 봄 누나 공장으로 떠나고, 술.. 2020. 7. 31.
먼지 한 톨 신동숙의 글밭(203) 먼지 한 톨 먼지 한 톨로 와서먼지 한 톨로 살다가먼지 한 톨로 돌아가기를 내 몸 무거운 체로하늘 높이 오르려다가땅을 짓밟아 생명들 다치게 하는 일은마음 무거운 일 들풀 만큼 낮아지고 풀꽃 만큼 작아지고밤하늘 홀로 빛나는 별 만큼 가난해져서 내 마음 가벼운먼지 한 톨로 살아가기를 높아지려 하지 않기를무거웁지 않기를부유하지 않기를 그리하여자유롭기를 2020.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