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7/202

고픈 얘기 한희철의 얘기마을(31) 고픈 얘기 수요예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부엌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광철 씨였다. 작실 분들과 돌아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웬일이에요, 광철씨?”“지난 번 가져다 드린 밤 잡수셨어요?” 밤이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광철 씨는 늘 그렇게 먹을 것을 전하려 애를 쓴다. 예배시간 이따금씩 제단에 놓이는 들꽃도 광철 씨 손길이다. 그게 광철 씨 믿음이요 사랑이다. 들꽃을 꺾어서, 밭뙈기 호박을 심어서, 남의 집 일하곤 한 줌 땅콩을 얻어서 못 드리는 헌금 대신 드리는 광철 씨, 가장 가난하고 가장 깨끗한 드림이다. 광철 씨는 밀린 얘기를 했다. 안쓰럽다 여길 뿐, 아무도 그의 얘기 귀담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례 치러주어 고마웠다.. 2020. 7. 20.
청소년 담배, 차마 모른체 할 수 없어서 신동숙의 글밭(193) 청소년 담배, 차마 모른체 할 수 없어서 길을 걷다가 자녀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면, 꼭 우리 아들 같아서. 덩치가 크던 작던, 피부가 희든 검든, 집에서는 천금 같은 자식일텐데 싶어, 말 한 마디 눈빛 하나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저를 낳아주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였고, 산동네 길고양이 새끼 같은 어린 저를 바라보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눈길이 그 옛날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 봄햇살처럼 따스하였습니다. 큰아이가 7살이던 가을입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건너편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딸아이를 데려다줄 때의 일입니다. 피아노 학원 수업 시간이 4시니까 큰아이를 데려다 주던 그때는 방과후 수업이 있고, 고학년들이 가방을 메고 정문을 나서던 시간대입니.. 2020.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