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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72

오늘 앉은 자리 - 옥빛 나방과 능소화 신동숙의 글밭(190) 오늘 앉은 자리 - 옥빛 나방과 능소화 가지산 오솔길을 오르다 보면 으레 나무 그루터기를 만나게 됩니다. 둥그런 그루터기 그늘 진 곳에는 어김없이 초록 이끼가 앉아 있고, 밝은 곳에는 작은 풀꽃들이 저절로 피어있습니다. 개미들은 제 집인양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에 생기가 돕니다. 저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려 나갔을 낮고 낮은 그루터기지만, 언제나 우뚝 키가 높고 높은 나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그루터기가 보이면, 점점 눈길이 머물고, 발걸음은 느려지고, 생각은 저절로 깊어집니다. 작고 여린 생명들에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집이 한껏 낮아진 나무 그루터기인 것입니다. 하늘로 뻗치던 생명을 잃은 후에도, 주위에 흔한 작은 생명들을 품고서 스스로 집이 된 나무 그루터기. .. 2020. 7. 17.
덕은리 한희철의 얘기마을(28) 덕은리 덕유산(德裕山)이라는 산명(山名)은 늘 그윽하게 다가왔다. 덕이 넉넉하다는 뜻도 그러하려니와 덕유라는 어감 또한 그 뜻하고 멀지가 않아 왠지 그윽한 맛이 풍긴다. 단강 조귀농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충청북도 땅이다. 개울 하나를 두고 강원도와 충청도가 갈린다. 충청북도 첫 마을 이름이 덕은리다. 충북 중원군 소태면 덕은리가 된다. 덕은리 초입에는 목판에 새긴 이정표가 서 있다. ‘德隱里’라 한문으로 써 있다. 덕이 숨어 있는 마을,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은은히 덕이 배어나는 마을이라는 뜻일까. 흐르는 남한강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덕은리 마을, ‘덕은’이라는 이름이 귀하다. 늘 그 이름 감당하며 사는 좋은 마을 되었으면. (1989) 2020.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