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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2

한밤중에 울린 독경소리 신동숙의 글밭(189) 한밤중에 울린 독경소리 바람도 잠든 한밤중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 고요한 소리를 따라서골방까지 풍겨오는 참기름 냄새 귀를 순하게 맑힌 풍경소리는밥숟가락이 살금살금 밥그릇에 닿는 소리 골방에서 책 읽는 엄마 몰래주방에서 배고픈 아들 스스로 달그락 그 소리가 순하고 미안해서 앉았던 몸을 일으킨다 입에 달게 또는 쓰게 을 읽느라상대 세상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잊은 절대의 시간 스물네 살의 허기진 가슴에 달그락거리던성철 스님의 "자기를 속이지 마라." 마흔 살이 넘은 지금도 홀로 있는 내 골방에 절로 울리는 독경소리 그리고 비로소"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모든 생명이 이에서 남이니." 환한 말씀의 옷자락에 시름을 내려놓으며쉼을 얻는다 2020. 7. 15.
제 집 버리지 못하는 달팽이처럼 한희철의 얘기마을(26) 제 집 버리지 못하는 달팽이처럼 달팽이가 제 집 이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어둠속에 지워져가는 작실로 가는 먼 길, 할머니 등에 얹힌 커다란 보따리가 그렇게 보였습니다.땅에 닿을 듯 굽은 허리, 다다른 팔십 고개.보따리 가득한 건 강가 밭 비에 젖어 허옇게 싹 난 콩들입니다. 질라래비훨훨, 질라래비훨훨,새 나는 모습 아이에게 가르칠 때 했다는 질라래비훨훨처럼,앞뒤로 손 연신 흔들며, 노 젓듯 어둠 훼훼 저으며, 검은 길 걸어 오르는 김천복 할머니.아무리 무거워도 평생 제집 버리지 못하는 달팽이처럼. (1989) 2020.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