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7/012

밀양 표충사 계곡,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신동숙의 글밭(178) 밀양 표충사 계곡,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소리가 맑은 벗님이랑 찾아간 곳은 맑은 물이 흐르는 밀양 표충사 계곡입니다. 높은 듯 낮은 산능선이 감싸 도는 재약산 자락은 골짜기마다, 어디서 시작한 산물인지 모르지만, 계곡물이 매 순간 맑게 씻기어 흐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찾아간 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표충사에 가까워질수록 휴일을 즐기러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런 날, 어디 한 곳 우리가 앉을 만한 한적한 물가가 남아 있을까 싶어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해가 어디쯤 있나, 서쪽으로 보이는 바로 저 앞산 산능선 너머로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하늘이 어둑해지기 전에는 산을 내려와야 하는 여정입니다. 널찍하게 누워서 흐르는 계곡물 옆에는, 줄지어 선 펜션과 식당과 편의점과 널찍한.. 2020. 7. 1.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한희철의 얘기마을(14)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말은 멍석 펴지듯 노을도 없는 어둠산 그림자 앞서며 익숙하게 밀려왔다. 밤은 커다란 솜이불모두를 덮고 모두를 집으로 돌린다. 몇 번 개들이 짖고 나면 그냥 어둠 뿐,빛도 소리도 잠이 든다. 하나 둘 별들이 돋고대답하듯 번져가는 고만고만한 불빛들저마다의 창 저마다의 불빛 속엔저마다의 슬픔이 잠깐씩 빛나고그것도 잠깐 검은 바다 흐른다. 그렇다.밤은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날마다살아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일으킨다. 검은 바다를 홀로 지난 것들을. (1992년) 202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