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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48

같은 말이라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2) 같은 말이라도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의미와 무게는 달라진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두 가지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서와 사람을 향한 의로운 행동에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말이다. 그의 말이기에 위의 말은 더 큰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 2020. 6. 13.
녹음이 짙은 비에 젖은 아침 등교길을 보면서 신동숙의 글밭(166) 녹음이 짙은 비에 젖은 아침 등교길을 보면서 반바지에 반팔 셔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학교에 갑니다. 등에는 가방을 메고 누구나 얼굴엔 마스크를 쓰고서, 학교에 가는 중·고등학생들이 유월의 푸른 잎사귀 같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제 책상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저 푸릇한 귀를 열고서 선생님들의 말씀에 잔잔히 귀를 기울이겠지요. 특히 교실에서도 온종일 쓰고 있어야 하는 마스크에,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한지 안타깝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함은 다름 아닌,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일과 거듭 새기는 일이 됩니다. 옛어른들은 머리에 새기라고 하였지만, 그보다 더 앞선 옛어른들은 마음에 새겨 자신의 참마음과 세상의 참이치를 밝히는 공부를 참공부라 하였.. 2020. 6. 12.
말과 말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1) 말과 말씀 혼돈과 공허와 어둠을 빛으로 바꾼 한 말씀도 있지만, 빛을 혼돈과 공허와 어둠으로 바꾼 한 마디 말은 얼마나 많을까. 2020. 6. 12.
모든 순간은 선물이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0) 모든 순간은 선물이다 하루 종일 일하며 흘린 땀 때문이었을까, 인우재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 자다가 말고 목이 말라 일어났다. 잠을 자다가 물을 마시는 일은 좀체 드문 일이었다. 물을 마시며 보니 창밖으로 달빛이 훤하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대신 툇마루에 앉았다. 마루에 걸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 한 새벽이다. 보름이 지난 것인지 보름을 향해 가는 것인지 하늘엔 둥근 달이 무심하게 떠 있다. 분명 대지를 감싸는 이 빛은 달일 터, 그런데도 달은 딴청을 부리듯 은은할 뿐이다. 어찌 이 빛을 쏟아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눈부시지 않는 것일까, 세상에 이런 빛의 근원이 있구나 싶다. 그런 달을 연모하는 것인지 별 하나가 달에 가깝다. 누가 먼저 불러 누가 대답을 하.. 2020. 6. 11.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신동숙의 글밭(165)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마음이 양팔 벌린 저울질로 춤을 춥니다 나와 너 사이에는 언제나 현실의 강물이 흐르고 머리와 가슴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실과 환상의 거름망을 촘촘히 거쳐 진실과 거짓이 주섬주섬 각자의 옷을 갖추어 입고 서로 먼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귀로의 시간 그리고 언제나 한걸음 먼저 앞세우는 건 진실 쪽이기를 가슴을 뒤덮으려는 실리와 이기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 진실이 손잡이를 돌려 여는 새로운 문, 참된 길 진실이 걸쳐 입은 그 가볍고 홀가분한 옷섶을 스치는 자유의 바람 냄새 나아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법에 걸림이 없다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참된 유산 2020. 6. 10.
사랑과 무관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9) 사랑과 무관심 한 사람이 약국을 찾아와 말했다. “내 아들에게 먹일 비타민을 사고 싶은데요.” “비타민 A, B, C 중에서 어떤 것을 드릴까요?” 약사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무 거라도 상관없어요. 제 아이는 아직 어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든요.” 사랑과 무관심은 그렇게 다르다. 비타민을 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사랑이다. 2020. 6. 10.
사라진 울음소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8) 사라진 울음소리 또 하나의 땅 끝, 해남을 다녀왔다. 먼 길이지만 권사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길이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가게 된 권사님이 있었다. 이사를 앞두고 기도를 하며, 시간을 내어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한 터였다. 심방 이야기를 들은 원로 장로님 내외분이 동행을 했고, 권사님 한 분이 운전을 자청했다. 먼 길 끝에서 만나는 만남은 언제라도 반갑고 고맙다. 권사님이 새로 정착한 집을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흔히 말하는 ‘이력’(履歷)의 ‘履’가 신발, 한 사람이 신발을 신고 지내온 길이라는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권사님이 걸어온 이력을 듣는 시간이었다. 큰 아들로 태어나 자식이 없던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가야.. 2020. 6. 9.
풀잎 오누이 신동숙의 글밭(160) 풀잎 오누이 어린 풀잎 무등을 태워주는 듬직한 오라버니 잎 어린 풀잎 치마폭으로 감싸주는 넉넉한 누이 잎 2020. 6. 8.
증오라는 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7) 증오라는 힘 때로는 증오도 힘이 된다. 좌절이나 체념보다는 훨씬 큰, 살아갈 힘이 된다. 하지만 증오는 길을 잃게 한다.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한다. 대개는 길을 잃었다는 것도 모른 채, 그 감정에 갇혀 평생의 시간을 보내지만. 2020.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