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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46

뜻밖의 선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뜻밖의 선물 ‘아, 예배드리고 싶다.’ ‘내가 예배에 고팠구나.’ 근 석 달 만에 드리는 수요저녁예배, 지는 해가 드리우는 저녁 그림자를 밟고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그런 마음이 읽혀진다. 코로나가 준 뜻밖의 선물 중에는 그런 것이 있다. 2020. 5. 31.
꽃들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8) 꽃들은 꽃은 하나님의 웃음인지도 몰라. 슬쩍 대지에 남긴 하나님의 지문인지도 모르고. 결코 까탈스럽고 엄숙한 할아버지가 아님을 일러주는 하나님의 손사래인지도 모르고. 천지창조 후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한 번 더 어루만진 하나님의 손길인지도 모르지. 예배당 앞 공터에 꽃을 심기 위해 찾은 양주화훼단지, 이름도 모를 만큼 꽃들은 얼마나 많던지, 눈이 부실 만큼 빛깔은 얼마나 예쁘던지, 서로서로 모양은 얼마나 다르던지, 꽃은, 꽃들은! 2020. 5. 30.
안목,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기쁨 신동숙의 글밭(155) 안목,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기쁨 스승을 찾던 20대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가를 배우다가, 요가를 가르치다가, 몸의 움직임이 곧 의식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에도 혼자서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순한 요가로부터 시작된 책의 관심 분야는 점차 확장이 되었습니다. 인체, 근육과 골격, 운동과 춤, 자연식 섭생법, 한의학, 인도의 아유르베다, 심리와 마음에 관련된 수도승들의 체험 수필, 명상 서적, 명상 음악과 클래식, 국악, 동서고금의 철학과 고전으로 이어지며 자연히 관심 분야가 넓어졌습니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세상의 모든 유형과 무형의 대상이 공부의 범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명상으로 집중이 되었습니.. 2020. 5. 29.
깨진 유리창법칙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7) 깨진 유리창법칙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범죄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의 구체적인 예가 있다. 구석진 골목에 차량 두 대를 보닛을 열어둔 채 주차를 시켜둔다. 그 중 한 대는 앞 유리창이 깨진 차다. 그런 뒤 일주일을 지켜보면 결과가 다르다. 유리창이 온전한 차는 일주일 전과 동일한 모습이지만, 유리창이 깨져있는 차는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된다는 것이다. 예배당 앞에 있는 공터를 다시 한 번 꽃밭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무관심한 것도 아니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어서 .. 2020. 5. 29.
괴리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6) 괴리감 전해진 것이 전부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얼마 전 뉴스에 언급된 교회가 있었다. 교회가 리더십 훈련을 한다며 대변 먹기, 음식물 쓰레기통 들어가기, 공동묘지에서 지내기 등을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교회와 관련한 뉴스 중에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 기괴한 뉴스가 한둘이 아니어서 이력이 붙을 만도 했지만, 대변 이야기는 이력이 붙을 대로 붙은 이들에게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지 싶다. 혀를 차는 것을 넘어 경악을 하게 했다. 뉴스 중 관심이 갔던 것은 조금 다른 것에 있었다. 그 교회 교인이 2-3천 명 정도가 되는데, 대부분이 젊은 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성실하고 우직하게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적지 않은 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성품도 따뜻하고,.. 2020. 5. 27.
로봇이 타 준 커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5) 로봇이 타 준 커피 심방 차 해남을 방문하는 일정을 1박2일로 정했다. 길이 멀어 하루에 다녀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싶었다. 마침 동행한 장로님이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숙소가 있어 그곳에 묵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어둘 녘에 도착한 숙소를 보고는 다들 깜짝 놀랐다. 진도라는 외진 곳에 그렇게 큰 숙박시설이 있는 것에 놀랐고, 그 큰 숙소가 꽉 찬 것에 더 놀랐다. 평일이었는데도 그랬으니 말이다. 권사님이 권한 일출을 보기 위해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났다. 남해의 일출은 동해의 일출과는 사뭇 달랐다. 바다 위가 아니라 섬과 섬 사이에서 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해가 떠오르며 하늘과 바다를 물들였던 붉은 빛은 바라보는 마음까지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해돋이를 보고 숙소로 .. 2020. 5. 27.
앉아 있기 위하여 움직입니다 신동숙의 글밭(154) 앉아 있기 위하여 움직입니다 하루의 생활이 앉아 있기 위하여 움직입니다. 뻐꾸기 소리에 눈을 뜨는 아침에도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로 움직이기보다는 이부자리에 그대로 앉습니다. 말로 드리는 기도보다는 침묵 속에 머무르는 고요한 시간입니다. 고요한 아침을 그렇게 맞이하기로 하는 것입니다. 앉았는 자리가 먼 동이 트는 산안개가 고요한 어느 산기슭이면 보다 더 좋겠지만, 골방에서도 가슴엔 밝은 하늘이 펼쳐집니다. 밤새 어두웠을 가슴으로 숨을 불어 넣으며 더 내려놓으며 새날 새아침을 맞이합니다. 20년 전쯤에 요가를 배우며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12가지 기본 동작을 아사나라고 하는데, 요가 수행자들의 몸수행의 방편이었던 아사나는, 앉아 있기 위하여 움직이는 조화로운 몸동작인 것입니다.. 2020. 5. 26.
상처와 됫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4) 상처와 됫박 이따금씩 떠오르는 사람 중에 변관수 할아버지가 있다. 나이와 믿음 직업 등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정을 나눌 수 있는 분으로 남아 있다. 변관수 할아버지는 단강교회가 세워진 섬뜰마을에 살았는데, 허리가 ‘ㄱ’자로 꺾인 분이었다. 언젠가 할아버지는 논둑에서 당신 몸의 상처를 보여준 적이 있다. 6.25때 입었다는 허리의 상처가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할아버지가 이번 겨울을 잘 나실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겨울잠에 들기라도 한 듯 바깥출입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겨울 지나 봄 돌아오면 제일 먼저 지게를 지고 나타나는 분이 변관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의 몸도 기역자, 그 위로 삐쭉 솟아오른 지게도 기역자, 지게를 진 할아버지의 모습.. 2020. 5. 26.
고소공포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3) 고소공포증 새벽기도회 시간에 설교를 하는 수련목회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군에서 제대를 하기 전까지 심한 고소공포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높은데 올라가면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고 식은땀이 나며 큰 두려움을 느꼈는데, 심지어는 텔레비전에서 누가 높은데 오르는 것을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기억해낸 어릴 적 기억이 있단다. 삼촌들이 모여 서서 어린 자신을 손에서 손으로 공을 던지듯 던지며 놀았다는 것이다. 어린 조카가 너무나 귀여워서 한 일이었겠지만, 자신이 생각할 때는 아무래도 그 일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순간에 하늘을 나는 무서움을 큰 울음으로 표현했다면 당연히 놀.. 2020.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