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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305

달과 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1) 달과 별 토담집 인우재에서 보내는 밤은 특별하다. 사방이 고요한데,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고 이름 모를 짐승의 소리도 들린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막 부엌에서 나오는 순간, 서쪽 하늘에 걸린 불빛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어둠이 번진 밤하늘에 누군가 작은 등을 밝힌 듯한데, 초승달과 별이었다. 가만 서서 달과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큰딸 소리가 아주 어렸을 적이었다. 둘이서 서울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원주행 버스를 탔을 때는 땅거미가 깔리며 어둠이 내릴 때였다. 창가 쪽에 앉아 어둔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리가 내게 물었다. “아빠. 해는 환한데 있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달은 캄캄한 데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봐 별.. 2020. 4. 30.
기도실 문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0) 기도실 문살 세월이 지나면 곰삭는 것 중에는 문살도 있다. 인우재 기도실 문살이 그랬다. 아랫말 무너진 돌담의 돌을 흙과 쌓아올린 기도실에는 동쪽과 서쪽에 작은 창이 두 개 있다. 동네 어느 집인가를 헐며 나온 것을 기도실 창으로 삼았다. 햇살이 비치면 고스란히 문살이 드러나는데, 예쁜 문양으로 서로 대칭을 이루던 것이 노인네 이 빠지듯 곳곳이 빠지기 시작했다. 문살은 헐거워지고 창호지는 삭아서 결국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떨어진 문살을 보면 장인의 솜씨를 느끼게 된다. 무슨 연장을 사용한 것인지 작은 나무토막 양쪽 끝을 날카롭게 벼려 자기보다 큰 문살들과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큰 문살들이 휘는 곳에는 ‘V’자 형태로 움푹 파인 부분이 있어 서로가 자기 자리에 꼭 .. 2020. 4. 30.
침묵하신 예수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21)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수난곡 No. 22 침묵하신 예수 마태수난곡 2부 39~41번마태복음 26:60~63a음악듣기 : https://youtu.be/m_grDwFhy4039(33)내러티브에반겔리스트60.거짓 증인이 많이 왔으나 얻지 못하더니 후에 두 사람이 와서 61.이르되 60. Und wiewohl viel falsche Zeugen herzutraten, funden sie doch keins. Zuletzt traten herzu zween falsche Zeugen, und sprachen :대사 두 증인이중창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 61. Er hat gesagt:.. 2020. 4. 30.
언양 석남사, 마음의 결을 빗는 산책길 신동숙의 글밭(140) 언양 석남사, 마음의 결을 빗는 산책길 옆 마을에 사는 벗님이 우리 마을에 왔습니다. 그냥 같이 길을 걸으려고 온 것입니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되고, 또 걷다가 쉬고 싶으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셔도 되는, 걸어도 걷지 않아도 좋을 다정한 산책길입니다. 예정했던 태화강변길은 오늘따라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햇살이 더워 몸에 땀이 배일 거 같아서, 걷기로 정한 곳이 언양 석남사로 가는 숲길입니다. 누구 하나 숨 가쁘게 걷지 않아도 되는 길. 서로의 말소리가 들릴 만큼의 빈 하늘을 사이에 두고 얼마든지 자유로이 걸어도 좋을 넉넉한 산책길입니다. 소나무의 새순이 싱그러운 산길, 아침 골목길에 본 냉이꽃이 우리보다 먼저 와 기다리는 산길, 여기서도 .. 2020. 4. 30.
입장 차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9) 입장 차이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 유머 코너에서 읽은 글이 있다. 갈아 끼울 40와트짜리 전구를 사러 상점에 들러 점원에게 말했다. 벌써 몇 달 사이에 전구를 세 개나 갈았다고, 전구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자 점원이 불쾌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천만에요. 그 전구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입니다!” 부디 세상과 교회가 나누는 대화가 이런 것이 아니기를! 2020.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