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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62

형에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2) 형에게 문득 떠오른, 오래 전에 썼던 글 하나가 있다. 왜 그것이 떠올랐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 말이 그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 -응? -형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응! -언제? -아무 때나. -형은 항상 웃었잖아.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울었어. 2020. 3. 31.
희망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1) 희망이란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 교회력을 따라 교단에서 발간하는 잡지 를 읽다가 만난 한 구절이다. 성서일과로 주어진 본문은 에스겔 37장, 마른 뼈들에 관한 환상이었다.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라는 말이 새롭고 신선하게 와 닿았는데, 그 말 옆에 인용한 성경구절이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이었다. 잘 알고 있는 말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망은 믿음과 사랑 사이에 있다. 익숙한 말씀을 새롭게 새기자 의미가 새로워진다. 설교자가 선 자리는 그곳일 것이다. 2020. 3. 30.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말, "제발, 꽃 보러 오지 마세요!" 신동숙의 글밭(122)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말, "제발, 꽃 보러 오지 마세요!" 봄이 오면 장사익 소리꾼의 곡조가 봄바람처럼 불어오는 듯합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둘째가 세 살이 되고 엄마 품을 벗어나려던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거실에 펼쳐둔 신문을 넘기다가 하얀 목련꽃 한 송이처럼 눈에 들어온 사진이 있었습니다. 하얀 한복을 곱게 입은 장금도 명인의 하얀 춤사위. 진옥섭 연출가의 땀으로 장금도 명인의 민살풀이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글줄에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그해 6월, 저는 그렇게 십 여 년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서 혼자서 호젓이 서울행 KTX에 올랐습니다. 6월의 서울 거리는 따사로웠습니다. 졸업 .. 2020. 3. 29.
사순절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0) 사순절이란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아픈 당신 나보다 더 힘든 당신 미련함으로 송구함으로 뒤늦게 깨닫는 사순절이란! 2020. 3. 28.
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9) 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습관이 두 가지 있지 싶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 등으로 가리고 하는 것과, 손 씻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손을 씻을 때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소독제를 바르는 것보다도 효과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들은 대로 비누로 손을 씻다가 엉뚱한 생각을 한다. 혹시 비누로 손을 씻으면 효과적이라는 말은 유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손이 미끌미끌해지고, 미끌미끌해진 손을 닦아내려면 한참 물로 닦아야 한다. 비누가 손 구석구석에 묻었으니 비누를 다 닦아내려면 손 구석구석을 닦아야 한다. 그렇게 비누를 없애느라 손을 닦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열심히 오래 제대로 닦아야만 한다. 비누가 효과.. 2020. 3. 28.
속뜰에서 불어오는 맑고 투명한 바람 신동숙의 글밭(121) 속뜰에서 불어오는 맑고 투명한 바람 세상에서 불어오는 무거운 소식들로 연일 답답하고 무거운 가슴입니다. 답답하고 무거운 가슴을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설프게 안고서 주신 하루의 언저리를 서성거렸습니다. 유튜브로 법정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강의도 듣다가, 목사님의 말씀을 듣다가, 가는 곳마다 법정 스님의 저서 을 끼고 다닌 하루였습니다. 저녁밥을 먹은 후 마저 치우지도 못하고, 법정 스님의 을 챙겨서 떠들썩한 식구들의 세속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출가를 하였습니다. 식구들로부터 떠나와서 출가를 하는 장소는 거실 쇼파가 되기도 하고 제 방이 되기도 합니다. 식구들과 함께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가 참 다르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다 챙겨주고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2020. 3. 28.
화장지 다섯 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8) 화장지 다섯 롤 독일에 사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독일도 거의 모든 일상이 멈춰 섰다고 한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제 나라와 대륙을 너무도 쉽게 무시한 채 맘껏 활보하고 있다 여겨진다. 부모로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한결같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아프지는 않는지를 물었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뉴스를 통해 사재기 소식을 들었던 터라 쌀과 마스크, 화장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쌀은 별 문제가 없고, 마스크는 있으나 마나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환자 대하듯 바라보는데, 더욱이 아시아인이 쓰고 있으면 마치 바이러스 숙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따갑게 바라보아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화장지는.. 2020. 3. 27.
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7) 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좋은날 풍경’ 박보영 집사님이 노래 하나를 보내주었다. 흔하게 쓰는 카톡을 통해서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여전히 신통방통이다. ‘봄’이라는 노래인데, 명함처럼 생긴 종이 위에 노랫말을 손 글씨로 적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곁에 찾아왔지만 놓치고 있는 봄의 정취를 나눌 겸 아는 이들에게 노래를 보냈다. 나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니, 이 또한 신통방통! 행여 꽃잎 떨굴까 내리는 봄비 조심스럽고 행여 미안해할까 떨어진 꽃잎 해맑게 웃고 오래 전에 쓴 짤막한 글이다. 비에 젖은 채 떨어진 예쁜 꽃잎을 보다가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 옮긴 것인데, 우연처럼 글자 수가 맞았다. 더러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듯 .. 2020. 3. 26.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신동숙의 글밭(120)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면 침묵을 해야 하지만, 예배당 안에서 무리하게 예배 모임을 강행하려는 일부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연일 드물게 올라오는 포스팅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코로나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한 공공수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 시국입니다. 그런 중에 일부의 기독교 목회자와 성도들의 모습에서 예배 금단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중독과 금단 현상이란 곧 나의 신앙이 깨어 있지 못한, 졸음 운전처럼 졸음 신앙이라는 증거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종교란, 나와 이웃의 생명을 살리려, 깨어 있는 사랑이 될 때에만, 존재의 의미를 지닐.. 2020.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