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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3

두 개의 걸작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4) 두 개의 걸작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목양실 탁자 위에는 두 개의 소품이 놓여 있다. 소품이라 하지만 나는 그것을 장인이 만든 걸작품으로 여긴다. 하나는 등잔이다. 흙으로 만든 둥그런 형태의 작은 등잔이다. 등잔은 그냥 보기만 하는 액세서리가 아니어서 실제로 불을 켠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면 등잔을 켜곤 한다. 맑게 타오르는 불은 마음까지를 환하게 한다. 등잔은 지난해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포틀랜드에서 말씀을 전하며 만난 목사님이 이후 이어질 일정 이야기를 듣더니 한 수도원을 소개했다. 켄터키 주에 가면 겟세마니 수도원을 꼭 방문해 보라는 것이었다. 1848년에 설립된,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수도원 중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2019. 12. 17.
딴 데 떨어지지 않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3) 딴 데 떨어지지 않네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을 보다가 옛 선시 하나가 떠올랐다. ‘호설편편 불락별처’(好雪片片 不落別處), 이성복 시인은 그 말을 ‘고운 눈 송이송이 딴 데 떨어지지 않네’로 옮겼다. 시도, 번역도 참 좋다. 내리는 눈을 이렇게도 보는구나 싶다. 언덕에 부서지는 눈/백중기 출처 폴아저씨의 오두막 송이송이 고운 눈이 내리면 세상 어디 따로 딴 데가 있을까, 고운 눈 닿는 곳마다 고운 곳이 될 터이니 말이다. 하늘의 은총과 평화, 이 땅 어처구니없을수록 고운 눈으로 내리시길! 2019. 12. 17.
감자를 사랑한 분들(1) 신동숙의 글밭(34) 감자를 사랑한 분들(1) 감자를 사랑한 분들의 얘기를 꺼내려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눈앞이 하얗습니다. 감자를 사랑한 분들을 떠올리는 건 제겐 이처럼 구수하고 뜨겁고 하얀 김이 서린 순간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가마솥 안에는 따끈한 감자가 수북이 쌓여 있고, 제 가슴에는 감자를 사랑한 분들 얘기가 따스한 그리움으로 쌓여 있답니다. 감자떡 점순네 할아버지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점순네 할머니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 권정생 선생님의 中 삽화 그림 글 이오덕 · 그림 신가영 딸아이를 학원으로 태워주는 차 안에서, "점순네 할아버지는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백창우曲) 노래를 불러 줬더니, 뒷좌석에 앉은 딸아이가 푸하~ 하고 웃.. 2019.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