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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는 신동숙의 글밭(6)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는 큰 예배당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기보다는 두레 밥상에 여럿이 둘러 앉아 예수를 나누는 작고 가난한 교회에서 불려졌으면 나의 노래는 눈 먼 보석보다 산바람이 살갗을 깨우는 푸른 언덕 위 소박한 옷을 걸친 눈동자가 맑은 다윗의 고독한 입을 사랑합니다. 나의 노래는 하늘을 찌르는 첩탑의 소리보다 풀잎에 앉은 이슬처럼 잔잔히 함께 부르는 낮고 따뜻한 그 음성을 사랑합니다. 예수님은 낮고 작은 집에 계셨기에 예수님은 낮고 가난한 내 마음 속에 계시기에 2019. 11. 24.
기다리는 만남 신동숙의 글밭(5) 기다리는 만남 ... 걸레로 방바닥을 닦으시던 친정 엄마가 주말에는 이모님댁에 다녀오마 하십니다. 이모가 계신 진주 단성까지는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도 족히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 이어서 하시는 말씀이 주무시지 않고 당일날 돌아오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방문하신 얘기를 꺼내십니다. "두 노인네가 내가 왔다고 평소에는 틀지도 않는 기름 보일러를 때는데, 내가 마음이 미안해서 똑 죽겠고", 이번에는 주무시지 않고 그냥 오시겠다며 선언을 하십니다. 친정 엄마도 올해 74세를 맞이 하셨으니, 하루 동안에 오고 가는 버스를 여섯 시간이나 넘게 타신다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녹록치 않은 여정입니다. 게다가 아침마다 당뇨약도 드시니까요. 토요일 오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 2019. 11. 24.
작은 배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1) 작은 배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목양실로 올라와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다보면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이젠 겨울, 급한 무엇 있겠냐는 듯 느긋하게 밝아온다. 오늘도 그랬다.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는 중에 아침이 밝아왔다. 잠깐 일을 멈추고 커피를 마시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맞은 편 전깃줄 위로 날아와 앉았다. 비둘기가 저렇게나 큰 새였나 싶을 만큼 덩치가 큰 비둘기였다. 그런데 비둘기는 무슨 맘을 먹은 것인지 목양실 창문 난간으로 날아왔다. 전선과 난간의 거리가 가까워 폴짝 뛰는 것 같기도 했다. 난간이래야 좁은 공간, 그래도 그 공간으로 날아오자 비둘기가 창문과 닿을 정도였다. 퍼뜩 드는 생각이 있어 음악을 틀었다. 첼로 연주곡이었는데 볼륨을 높였다. 원래 그런 것인.. 2019. 11. 24.
떡볶이와 보혈 신동숙의 글밭(4) 떡볶이와 보혈 ... "엄마, 떡볶이 시켜주세요!", 폰 너머로 딸아이의 목소리가 간절합니다. 저녁답 영어 학원 하나만 든 날에는 6시면 일찍 집으로 오는 날. 이런 날은 된장국, 김치찌게가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떡볶이로부터 밀려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떡볶이는 주로 아이들의 군겆질거리였답니다. 물오뎅, 꽈베기 도너츠, 군만두, 오징어와 고구마 튀김과 떡볶이. 간식 정도로 허기를 달래주던 떡볶이를 먹던 우리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떡볶이도 함께 성장한 것을 보게 됩니다. 매콤하고 얼큰한 각종 전골 요리에 쫀득한 떡볶이 떡은 빠질 수 없죠. 허름한 분식점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입가에 고추장을 묻혀 가며 오뎅 국물로 혀를 달래면서 먹던 간식. 어느 레스토랑에선 갖은 야채와.. 2019. 11. 23.
고마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0) 고마움 담임목사실 화장실 창문 쪽에는 다육이 화분이 두 개 있다. 모두 세 개였는데 지난여름을 지나며 한 개는 죽고 말았다. 물을 너무 안 주어 그런 것인지 많이 주어 그런 것인지 시들시들 거리다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주인의 고르지 못한 관심 속에서 그래도 두 개의 다육이는 잘 살아주고 있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 들어가니 다육이 하나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유난히 맑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다육이를 보니 힘이 없는 것 같아 물을 준 적이 있다. 그 물을 먹고 다육이는 저리도 윤기 있게 생기를 되찾은 것이었다. 그래야 물 한 모금, 저만한 고마움도 드물겠다 싶다. 2019. 11. 23.
꽃자리 신동숙의 글밭(3) 꽃자리 거의 대부분의 사진이 제가 살고 있는 집과 작은 마당, 집 앞 강변의 풍경들입니다. 글감도 주로 일상의 소소하고 흔한 모습을 담다보니 사진도 그에 어울리는 소박하고 때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들이 대부분입니다. 신기하고 감사한 건, 손톱보다 작은 풀꽃, 땅을 구르던 낙엽 한 장도 사진으로 담아 놓고 보면은 이렇게 예뻤던가 싶어 새로운 눈을 뜨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답니다. 눈 여겨 보는 일. 아무리 작고 하찮은 대상도 마음을 기울이고 눈 여겨 보아주면 아름다운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사진을 통해서도 보게 됩니다. 며칠전에 벗님들의 포스팅을 읽던 중, 유난히 제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적힌 이름을 보니 분홍 동백꽃. 복사꽃보다는 연하고 매화꽃보다는.. 2019. 11. 22.
지지 못한 지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9) 지지 못한 지게 북콘서트가 있어 원주를 다녀왔다. 원주청년관과 하나복강원네트워크가 함께 주관하는 행사였다. 여전히 원주청년관 지하의 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목회자들과 교우들, 독서모임에 속한 이들이 함께 참석을 했는데, 오랜만에 대하는 얼굴들도 있어 반가운 마음이 더욱 컸다. 처음 제안을 받을 때만 해도 DMZ를 걸은 이야기를 담은 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했는데, 로 바꾸게 되었다. 몇 명이 참석할지를 알지 못하는 터에, 출판된 책 중에서 거의 판매가 끝난 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자연스럽게 단강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단강도 원주권에 속한 마을, 그런 점에서는 일리 있는 선택일지도 몰랐다. 예배당이 없던 외진 마을, 내게는 첫 목회지, 창립예배.. 2019. 11. 22.
시詩 밥 신동숙의 글밭(2) 시詩 밥 ... 설익은 하루를 살아온 후 혼자 앉은 고요한 밤 아쉽고 부끄런 마음 걷어내고 무표정한 일들 걷어내고 밑바닥까지 내려갑니다 보물찾기 하는 아이처럼 그래도 바닥엔 누룽지 같은 감동이 눌러 붙어 있어서 돌돌돌 긁어 모으니 시밥 한 그릇은 나옵니다 2019. 11. 22.
줍기의 고결함 신동숙의 글밭(1) 줍기의 고결함 가로수 은행잎이 쪽빛 가을 하늘 가득 노랗게 피었습니다. 무딘 가슴까지 환한 노란빛으로 따뜻해져 옵니다. 어제 내린 가을비가 재촉하는 바람에 도로에는 일찍 떨군 은행잎이 노랗게 피어 폭신한 융단길을 내어줍니다. 너무나 많아서 일까요. 한 잎 주워서 더 가까이 손으로 만져보려는 마음일랑 접어둔채 그저 가던 걸음을 재촉할 뿐입니다. 인도로 내려앉은 은행잎은 발길에 소리 없이 밟히지만, 어쩌다 차도로 내려앉은 은행잎은 어김없이 짓이겨져 바람에 무겁게 날리울 뿐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떨어져 생에 마지막 빛깔을 피울지는 바람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런지요. 노란빛으로 환했던 마음이 땅을 보며 걷는 동안에는 안쓰러움으로 그늘이 집니다. 땅으로 깔리는 그림자처럼. 하지만, .. 2019.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