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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대뜸 기억한 이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8) 대뜸 기억한 이름 지난주일 2부 예배를 앞둔 시간이었다. 예배실 앞에서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안내를 보던 권사님이 찾아와선 예전에 단강에 계시던 분이 오셨다고 일러주었다. 누굴까, 누가 이곳을 찾았을까, 아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타난 두 사람, 누군지를 대번 알 수 있었다. 최일용 집사님과 아들 안갑수였다. 단강을 떠난 지가 20여 년 되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그만한 세월이 지나갔지만 대뜸 두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고, 이름도 금방 떠올랐다. 집사님은 말투도, 웃으면 두 눈이 감기는 모습도 여전했다. 허리가 약간 굽은 것과 집사였던 직분이 권사가 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저만치서.. 2019. 10. 3.
범퍼의 용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7) 범퍼의 용도 교우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올 때였다. 운전을 할 전도사가 주차한 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있는 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와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부딪친 차를 보니 별 티가 나지 않았다. 워낙 부딪친 흔적이 많은 차였다. 교회 승합차에는 어떤 흔적도 보이질 않으니 경미한 충돌이라 여겨졌다. 그래도 사고는 사고, 게다가 우리는 교회 차가 아닌가. 주인을 찾았고 한참을 기다려 만났다. 이야기를 듣고 차를 이리저리 살핀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그냥 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인데, 슬그머니 사라지니 당황스러웠다. 일단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사진을 찍은 뒤 사고를 당한 차 주인에게 보험으로 처리한다는 말을 하고 가라고 했다. 다시 .. 2019. 10. 2.
거오재 노오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6) 거오재 노오재 냉천동에 있는 감신대에 입학하여 만난 친구 중에는 한남동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 서울에 머물 일이 있으면 친구 집을 찾곤 했다. 한남동을 찾으면 즐겨 찼던 곳이 있었는데 ‘胎’라는 찻집이었다. 순천향병원 맞은편에 있는, 가로수 플라타너스 나무가 2층 창문 바로 앞에 그늘을 드리우는 찻집이었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했고, 손님이 없을 때는 연극을 하는 주인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당시만 해도 찻집에는 성냥을 선물로 준비해 두곤 했다. 찻집 이름이 새겨진 작은 성냥이었다. 그런데 ‘胎’에 있는 성냥은 특이했다. 한쪽 면에 한문으로 된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居惡在 路惡在’라는 구절이었다. 신학생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뜻을 묻는 .. 201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