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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왜 빈자리를 보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3) 왜 빈자리를 보니? 영월동부교회에서의 집회는 새벽, 낮, 저녁, 하루 세 번 열렸다. 시절이 바뀌어 요즘은 하루 세 번 모이는 집회가 드물어졌지만 기꺼이 동의를 했다. 다음 주 정릉에서 열리는 말씀축제에서도 열 번 말씀을 듣기로 했다. 시편의 바다를 헤엄치는 데는 열 번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에 세 번을 모이니 강사도 강사지만 교우들로서도 모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창 가을걷이의 계절이기도 하고, 낮에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이런저런 개인의 일들이 왜 없겠는가? 낮 집회가 특히 그랬다. 때마침 지방연합성회와 기간이 겹쳐 더욱 그렇지 싶었다. 빈자리가 마음에 걸렸던지, 사회를 보던 선배 목사님이 몹시 아쉬워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 2019. 10. 20.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2)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두 사람을 본 것은 막 찻집에서 나왔을 때였다. 부흥회 셋째 날, 낮 집회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찻집을 찾았다. 동강 변에 있는 찻집이었는데, 2층에서 내다보는 경치가 빼어났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들기 시작하는 붉은 빛이 곳곳에 스미고 있었다. 말씀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말씀을 듣는 교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고마움으로 말씀을 듣는 교우들이 고마웠다.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찻집 앞 느티나무 앞에서 두 사람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품이 넓은 느티나무와 저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잘 익은 햇살, 그 속에서 연주하는 아코디언 소리는 가을 풍광과 너.. 2019. 10. 20.
행복하신 하나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1) 행복하신 하나님 선배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왔다. 교우들의 간절한 청으로 부임하게 된 교회, 마침 교회가 창립 67주년을 맞아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주님께서 한 사람의 삶과 이 땅에 세운 한 교회를 주님의 뜻대로 이끌어 가신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목사님과 교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배를 담임으로 모시고 행복해하는 교우들의 모습 속에는 행복해 하시는 하나님이 모습이 담겼지 싶었다. 행복해 하시는 하나님의 해맑은 웃음을 오랜만에 보았다.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2019. 10. 18.
더 크게 보이는 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0) 더 크게 보이는 이 나를 비워 누군가를 드러내는 이가 있고 누군가를 비워 나를 드러내는 이가 있다. 소란함 속에서도 분주함 속에서도 더 크게 보이는 이는 나를 비우는 이다. 2019. 10. 17.
빠삐용 순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9) 빠삐용 순이 영월 김 목사님네 개 이름은 순이이다. 순하게 생긴 진도개인데, 실은 순하지 만은 않다. 얼마 전까지 작은 시골마을에서 목회할 때 순이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곤 했다. 아침과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목줄을 풀러주면 맘껏 사냥을 즐겼던 것이다. 고양이도 아닌 것이 쥐를 손쉽게 잡는 것은 물론 야생 고라니도 여러 마리를 잡았다. 걸음 재기가 여간이 아닌 고라니를 잡을 정도니 그 끈기와 집념은 알아줄 만한 것이었다. 아마 범을 만났어도 물러서지 않고 맞짱을 뜨지 않았을까 싶은 순이였다. 이름만 순해 보이는 순이였을 뿐 순이 안에는 누를 수 없는 야생의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동네 이웃집 닭까지 물어 죽여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물어준 돈이 이미 제 몸.. 2019. 10. 16.
어쩌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9) 어쩌면 강원도 영월의 한적한 시골길, 차를 운전하며 가는데 저 앞에 길을 건너는 검은 물체가 보인다. 뭘까 싶었다. 검은 비닐봉지라 하기에는 길을 곧장 건너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차가 검은 물체와 가까워졌는데, 검은 고양이였다. 차가 온다고 서두르는 법도 없이 게으름을 떨듯 느긋하게 길을 건넌 것이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길을 건넌 고양이가 길가에서 운전하는 나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온통 검은색 사이로 뭔가 서늘한 섬광이 전해졌다. 조금 더 차를 달렸을 때, 도로 한 가운데 놓여있는 물체가 있었다. 속도를 줄여 물체를 피하며 보니 죽은 고양이였다. 로드킬을 당했지 싶었다. 어쩌면 방금 전 도로 위를 천천히 건너간 고양이는 도로 위에서 죽은 고양.. 2019. 10. 15.
띳집과 나물국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8) 띳집과 나물국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는 책 에 눈이 간다. 책을 꺼내 전에 밑줄 친 곳을 읽다보니,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띳집도 안온하고, 성정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心安茅屋穩(심안모옥온)이요, 性定菜羹香(성정채갱향)이니라. ‘모옥’(茅屋)할 때의 ‘모’(茅)는 여러해살이풀을 말한다. ‘띳집’이란 띠라는 풀로 지붕을 이은 집으로, 누추(陋醜)한 거처(居處)를 말한다. 초라한 초가삼간에 누워도 마음이 편안하면 안온함을, 편안함과 따뜻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채갱’(菜羹)은 나물국을 말한다. 산해진미(山海珍味) 없이 집 주변의 나물을 뜯어 국을 끓여도 성정이 안정되면 그 국이 향기롭다는 뜻이다. 길지 않은 글을 한 자 한 자 읽으니 띳.. 2019. 10. 14.
걸음을 옮길수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7) 걸음을 옮길수록 오늘 새벽기도예배에서 나눈 본문은 마가복음 12장 1~12절이었다. 예수님이 들려주시는 포도원 비유였다. 어느 순간부터 예수님의 걸음과 말과 태도는 점점 십자가에 가까워진다. 포도원 비유만 해도 그렇다. 종교 지도자들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이 자신들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십자가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부터 돌아보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싶었다. 2019. 10. 11.
겸손의 빛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6) 겸손의 빛 “너는 하나님을 향하고 있거나 돌아서 있을 수는 있지만, 하나님 없이 있을 수는 없다.” 한 러시아인이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왜 굳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 돌아보면 누구의 가슴 속에나 있는, 너무도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이 말을 내가 했다고, 이렇게 멋진 생각을 내가 했다고 이름을 밝히는 대신 무명으로 남아 그가 한 말은 또 하나의 빛을 발한다. 말의 의미는 물론 이름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드러내는 겸손의 빛까지를. 201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