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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3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3)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전교인수련회를 잘 마쳤다. 아무 사고가 없었다는 것보다는 함께 한 시간이 의미 있고 즐거웠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어색함을 지우고 벽을 허물었다. 프로그램마다 주제를 담아내어 뜻 깊은 수련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어떤 어색함과 벽이 존재하는지를 실감하게 된 일도 있었다. 수련회를 마치는 날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전날 이야기를 한 대로 반찬 배식을 장로님들과 나와 아내가 맡았다. 매번 여선교회에서 수고를 했는데, 한 끼만이라도 수고를 하기로 했다. 나란히 반찬이 놓인 테이블 끝, 나는 국을 푸기로 했다. 밥과 반찬을 타가지고 오는 교우들에게 국을 퍼서 전하는 일이었다.. 2019. 8. 6.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긱(214)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책장 앞 시집이 꽂힌 곳에 섰다가 그 중 한 권을 빼들었다. 이정록 시인의 다. 언제 읽었던 것일까, 시집 첫 장에는 이런 저런 메모들이 빼곡하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리말의 맛’ ‘해학’ ‘어머니와의 합일’ 등의 내용들인데, 맨 꼭대기에는 이렇게 적혔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던!’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 친 곳을 읽다가 ‘그늘 선물’에 닿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인데, 밑줄이 쳐진 부분은 시의 맨 끝부분이다.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소 등짝에 니 그림자를 척하니 얹혀놓으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장하겄냐?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2019. 8. 6.
씨는 열매보다 작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2) 씨는 열매보다 작다 씨는 열매보다 작다.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이 사실을 나는 단강에서 배웠다. 그것도 단강에 들어간 지 7년 여 세월이 지났을 무렵. 당시엔 잎담배 농사가 동네의 주된 농사였다. 농자금을 보조해 주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수매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흙벽돌로 된 건조실이 서 있었는데, 생각 없이 바라보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건조실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기억한다. 잎담배 모종을 밭에 옮겨 심던 날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일을 하는 밭을 찾아갔다.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는지는 기억에 자신이 없다. 이제 막 나비 날개만큼 잎을 펼친 모종을 내다심는 것이었다. 잎담배를 심는 모습을 바라볼 때 번개처럼 마음을.. 2019.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