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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아픔에 부딪히는 능력이 희망을 만드는 길임을 김기석 목사님께(12) 아픔에 부딪히는 능력이 희망을 만드는 길임을 목사님, 인사도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절망 속에서도 아픔을 공감하는 목사님의 능력을 보며 무심한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만 한 문장, 한권의 책을 인용하시는 그 박학다식함에 시샘하며 지루한 읽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발견하고 밀려오는 뿌듯함에 책을 다시 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간사함에 놀라고, 그 간사한 사람이 저와 같은 목사라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냥 제 추측입니다만 제가 언젠가 SNS에 쓴 내용이 목사님의 책에 담긴 내용과 비슷해서 기뻤습니다. ‘사사화된 신앙의 문제’를 넘어 “어느 목사님이 SNS에 쓴 글.. 2017. 12. 27.
걷기를 마치며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5) 걷기를 마치며 갑자기 배가 고팠다. 그동안은 일부러라도 허기와 친해지고, 거친 밥과 친해지고, 불편한 잠자리에 친해졌던 시간들, 그런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자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오르듯 허기가 밀려왔다. 인근에 있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먹으라 했다고, 당신이 사는 것이라며 아내는 장모님의 뜻을 전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라는 말 한 마디면 족했다. 무얼 먹어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그런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 뭔가 이상했다. 규민이가 차를 운전하는데 자동차의 속도가 낯설게 다가왔다. 두 발로 걷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 2017. 12. 26.
마지막 걸음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3) 마지막 걸음 〈세익스피어 맥베드에 “숲이 움직이면 전쟁을 준비해야 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지금 걸어 내려오시는 그 벌판 가득 중공군이 풀을 꽂고 남하할 때 임진강 건너 영국 크러스터 대대는 그 대목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벌판에서 한 많은 임진강 전투를 생각하시면 덜 피곤하실 겁니다. 신장남교는 새로 놓은 것이고, 옛날 다릿발 하나를 우기고 우겨서 남겨놓았습니다.(2월까지 있었는데, 아직 있겠지요.) 그 다리 밑 두지나루에 황포돛배가 있었는데 돈벌이가 안 되니까 없앤 모양입니다. 요샌 북한이 황강댐을 열었다 닫았다 물장난을 하는 바람에 임진강 황복은 고사하고 참게까지 최악의 세월이랍니다. 혹시 宗漁라는 물고기를 아세요? 다음에 뵐 때 얘기해 드릴게요.>.. 2017. 12. 21.
산타가 홍포를 두른 까닭은? 이길용의 말씀 안으로(4) 산타가 홍포를 두른 까닭은?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 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 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 2017. 12. 21.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께(11)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편지글을 모은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이런 형식과 문체의 글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무겁지 않아서 굳이 노트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곱씹어 읽으면서 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아내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두 살 아래인 아내와 저는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장로교회 출신입니다. 물론 지금도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집 앞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버릇처럼 말이죠. 그러다보니 저는 어느덧 안수집사가 되었고 아내는 권사로 피택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주기율표, 하나님이.. 2017. 12. 20.
다만 노을이 되어 내일 아침의 빛나는 태양을 도울 뿐입니다 김기석 목사님께(10) 다만 노을이 되어 내일 아침의 빛나는 태양을 도울 뿐입니다 목사님의 편지 잘 읽었습니다. 목자의 지팡이와 막대기를 따르고 쳐다보는 양으로서는 참 가슴 뭉클한 편지였습니다. 따를 지팡이나 바라볼 막대기 찾기가 이리도 쉽지 않은 시대에 드문 반가움이요, 감동이었지요. 책을 받아 들고 무릇, 목사의 편지란 뻔한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내 지루한 상상을 떠올렸지요. 하지만 문장마다 진정성이요, 소박하면서도 해박한 사유의 깊이와 연민이 일렁이는 글을 대하며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사람을 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음이요, 시대를 바라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음이요,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따금 제게 비친 목사님의 마음은 거친 것보다는 부.. 2017. 12. 18.
성탄전야의 유혈극 이길용의 말씀 안으로(3) 성탄전야의 유혈극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 본 그 때를 표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이에 선지자 예레미야로 말씀하신바,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 함이 이루어졌느니라.(마태 2:16-18) 설교 제목을 ‘성탄전야의 유혈극’이라 뽑았지만, 본문을 살피면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헤롯이 새로 태어날 이스라엘의 왕을 처단하기 위해 베들레헴 근방의 사내아이를 살해한 사건은 성탄 이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상징하는 바와 성탄에 .. 2017. 12. 16.
명랑의 희망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38) 명랑의 희망-홀로 피어난 것이 홀로 가는 것들을 감싸는/ 환한 둘레가 되는 일- 1.불편당(不便堂)은 또 거기에 있었다. 불편한 것이 삶이라는 것. 그러니 불편(不便)을 편(便)으로 알고 살라는 ‘불편당.’ 가면서, 아니 가자는 말이 나와 가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나서 나는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가난한 시인의 집에 내일의 꿈을 열었던외로운 고니 한 마리 지금은 지금은 어디로 갔나속울음을 삼키면서 지친 몸을 창에 기대고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워졌다고날아도 날개가 없고 울어도 눈물이 없어 없어라이젠 다시 이제 다시는볼 수 없는 아아 우리의 고니. - (1983), 이태원 노래 그 고니는 나의 모습 그 노래는 나의 고백만 같았다. 2.나에게 삶은 똑 떨어.. 2017. 12. 15.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3)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 숭의전을 찾아가는 길 곳곳에서는 많은 군인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시커먼 칠로 얼굴을 위장한 채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을 하고 있었다. 개미떼처럼 긴 행렬도 있었고, 특별한 임무를 띤 있는 것인지 소수의 인원이 움직이는 짧은 줄도 있었다. 모두가 귀한 집 자식들, 나라의 부름을 받은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군인들의 행렬을 뒤따를 때도 있었다. 군인들에 비해 작은 배낭을 메고 총 대신 스틱을 들었지만 그들을 뒤따르다 보니 나도 예비역인데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분단의 땅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가 있었다. 고려 충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숭의전은 아는 사람에.. 2017.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