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

 

 

 

 

삶은 공식이 아니라 신비다. 나이 먹으면서 우리는 그것을 배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평생 생의 학교에 다니는 코흘리개 학생들이다.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안 될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데도 오히려 일이 꼬일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별로 애쓰지 않았다 싶은데도 일이 뜻대로 잘 될 때가 있다. 누가 돕기라도 하듯 술술 풀릴 때가 있다.

 

일이 술술 잘 되는 것을 두고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고 했다. ‘체’란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밭거나 거르는데 쓰는 도구였다. 그물이 드물었던 어린 시절에는 체를 들고 나가 개울에서 고기를 잡기도 했다. 동그란 체를 대고 고기를 몰면 미꾸라지 새우 등이 걸려들었다. 대개의 경우 고기를 잡다보면 체에는 구멍이 났고 그러면 어머니께 된 꾸중을 맞았지만 말이다.

 

 

 

 

체를 많이 사용하던 시절에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다 헤어진 쳇불을 갈아 끼워 주거나, 얼레미, 도디미, 생주체, 고운체 등 체를 파는 체 장수가 있었다. 그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체의 사용이 많았던 것이다.

 

우리의 전통 술인 막걸리는 술이 익은 후에 술막지를 체로 걸러낸 후에야 먹을 수가 있다. 술이 알맞게 익어갈 무렵 술 맛이 궁금하던 차에 때마침 술을 거를 수 있는 체 파는 장수가 지나가니 일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술 익자 임 오신다’는 속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일이 잘 맞아 돌아가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삶에도 그런 즐거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추나무에 연 걸린 듯 사방 답답한 일들이 엉겨 있는 요즘에는 더욱 더 그런 마음이 든다.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가는, 술 익자 임이 찾아오는 기가 막힌 즐거움이 더러더러 있어 답답한 숨구멍을 터주는.

 

한희철/동화작가, 정릉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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