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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by 한종호 2015. 12. 30.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0)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영혼에게 엄청난 불안을 안겨주는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안식보다 더 값진 것이 없으니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구하지 말라.

 

우리의 마음이 들뜨는 것은 우리 속에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의 격랑에 휩쓸려 살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내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는지 헤아리기조차 끔찍하다. 그런 생각의 격랑 속에 하루를 지내고 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고 우리 영혼은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만다. 누군가 ‘인간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된다’고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온종일 나쁜 생각만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를 찾아온 생각들 가운데는 우리가 정중히 대접해야 할 손님도 있다. 삶의 원천으로 돌아가도록 일깨워주는 생각들이라든지, 들뜬 마음을 고즈넉이 가라앉도록 도움을 주는 생각 같은 것은 우리가 정성을 기울여 잘 대접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귀하게 맞이해야 할 손님만 모시는 게 아니라 거절해야 할 손님, 부정적인 생각조차 손님으로 착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손님에게 휘둘려 집안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마는 경우도 있다. 그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생각들에게 집안을 내주어 주인 행세를 하게 하면, 우리의 삶을 생동하도록 해주는 토대인 안정이나 평화, 기쁨은 찾아볼 길이 없다. 어쩌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그제야 내 마음을 지키는 파수꾼은 어디로 갔지? 하고 묻게 된다. 물론 이때도 사태를 수습하기에 늦은 것은 아니다. 수도자였던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의 다음과 같은 말에 동의한다면!

 

“그대 마음의 문을 지키는 자가 되어, 어떤 생각이든 반드시 심문을 하고서야 마음속으로 들여보내라.”

 

그런데 그 문지기가 자기의 임무를 게을리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우리 마음의 파수꾼이 잠들어 있는 경우, 생각의 불청객은 언제든지 열린 문틈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어와 우리 마음에 불화와 불안을 조성하고 말 것이다.

 

 

 

 

생각을 통제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마음에 일어나는 숱한 생각들을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의 마음은 ‘속박’의 도구가 되고 만다. 호흡만 들여다보겠다고 결심하고 명상방석을 깔고 앉거나 자기만의 은밀한 처소를 찾아 기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앉아 있어도, 단 몇 분 안에 수십, 수 백 가지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

 

이런 생각을 없애버릴 무슨 묘책은 없는 것일까. 고적한 황야나 수도원 같은 곳에 들어가 영적인 삶을 추구하던 수도자들은 나름대로의 묘책을 찾아냈는데, 그들이 찾아낸 묘책이란 매우 단순한 것이다. 호흡에 몰입한다든지 만트라(Mantra)에 집중하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집중을 통해 세속적인 생각들에 쏠리는 마음을 하나님이나 자기의 ‘참 자아’에 집중함으로써 그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는 부정적이고 번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참 자유에 이르기 위해 바깥을 향한 창을 닫고 조용히 앉아 있기를 연습해야 한다.

좌정(坐定)!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산악인들이 근육을 훈련하듯이, 우리가 내 영혼의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우리 마음의 파수꾼이 잠들지 않고 항상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음은 우리의 친구이다. 자주 안으로 눈길을 주어 마음이 우리를 자유하게 하는 친구가 되도록 격려해야 한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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