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너무 좋아

이종연의 '아기자기' 2015. 7. 4. 09:27

이종연의 아기자기(23)

 

노는 게 너무 좋아

 

 

 

오후 1시 반, 여태 오전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던 이루가 밥을 먹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요즘 이루와 거의 전쟁을 치르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니, 겉으로는 그러하나 사실은 나 자신과의 전쟁이다.) 이사를 하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리고 또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이루는 사람놀이를 좋아하게 된 듯하다. 또래 친구들과 은근히 놀 줄도 알고 (주로 예쁘다 예쁘다하며 쓰다듬기, 뽀뽀하기 등 스킨십을 시키면 곧잘 따라한다. 그 외엔 아직 한자리에 있어도 각자 알아서 노는 수준이다) 교회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모들에게만 안기다가 지난 주일에 삼촌들에게도 덥석 안길 때는 괜스레 뭉클하기까지 했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인가. (이사하기 참 잘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루의 생활 리듬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오전, 오후에 한 번씩 낮잠을 자고 저녁 9시 전에는 꼭 잠자리에 들어서 편했는데 그 좋던 시절이 다 간 듯하다. 오늘처럼 오전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기 일쑤고, 교회 모임이 있어 제 시간에 재우지 못하는 일이 한두 번 생기자 아예 밤에도 자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티거나 울어 젖힌다.

 

 

 

 

사실 내가 가장 힘든 부분은 그러면서 수유 횟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밤중 수유를 다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돌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아기가 밤중수유가 웬 말인가. 태어난 지 석 달도 안 돼 제 스스로 끊었던 밤중수유다. 최근에는 하루 세 번, 아주 규칙적으로 수유를 해 왔고 곧 하루 두 번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그런데, 잠을 이기는 데 젖만큼 좋은 게 없는지 졸리면 꼭 젖을 찾고 마지못해 수유를 하고 나면 언제 졸았냐는 듯 충전이 되어 생기 가득한 얼굴로 한두 시간은 더 놀아야 겨우 잔다. 게다가 새벽에 두어 번씩 꼭 깨서 젖을 찾는다. 밤에 젖을 찾은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당연히 젖 줄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울음이 달래지지 않아 젖을 줬더니 뚝 그치는 거다. 그렇게 밤중수유를 한 지 벌써 3주째다.

 

이사하고 첫 일주일은 밤에도 잘 잤는데, 그 다음 주부터 이러니 꼭 이사 스트레스만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 같지 않고, 이가 나는 때도 아니다.) 그러나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것은 분명하니 어쨌든 이 아이에게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테고, 기다려 주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게 문제일 뿐.

 

남편이 내가 자는 시간을 신성불가침 영역이라 할 만큼 나는 잠을 좋아한다. 아니, 나는 잠을 못 자면 두통이 찾아와 매우 괴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다시 신생아를 키우는 때로 돌아간 듯 새벽에 두 번씩이나 깨서 젖을 주려니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다. 몇 번 젖을 주지 않으려고도 해 봤지만 주택가라 새벽에 이웃에도 민폐가 될 게 분명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젖을 준다. (이미 옆집 사는 아주머니와 앞집 젊은 부부가 골목에서 이루를 보고 아 이 예쁜 아기가 새벽에 깨서 우는구나하셨단다.)

 

젖만 고이 먹고 자면 그런 대로 힘들다 하고 말 텐데, 저도 잠결이라 젖을 먹다 말고 울면서 젖을 찾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슴을 힘껏 밀어내고, 위아래 네 개씩 난 이로 젖가슴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그 투정을 사랑으로 받아 주지 못하고 결국 짜증을 내고 만다. 겨우 몇 단어씩 알아듣는 돌쟁이인데도, 젖을 먹다가 울기라도 하면 엄마 말 알아듣는 거 안다. 왜 이 새벽에 깨서 엄마를 힘들게 하느냐, 곱게 먹고 자라부터 시작해서 내 졸음을 나도 못 이긴 채 아기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어지면 아 좀!” 하며 화를 내 버린다. 그런다고 아기가 알아듣고 얌전해지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운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밤중수유를 해 오고 있는 뭇 많은 엄마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우리 집에 찾아온 고귀한 손님이라 말하는 내 딸 이루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 정신을 차리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때는 이미 이루가 양껏 먹고 만족해서 잠에 빠져든 후다.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건 이루 탓이 아니다. 새로운 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느라 새벽에 깨는 저도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게다가 이웃에 폐 끼칠 수 없다고 밤에 젖을 물렸으면 낮에 젖을 찾을 때도 줘야지 왜 일관성 없게 낮에는 안 주겠다고 버텨서 오늘처럼 20분이나 아기를 울리는 건지. 생각하면 도리어 이루에게 미안한 것투성이인데 그럼에도 오늘 밤에는 짜증내지 않고 잘 돌보겠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이런 못난 엄마인데도 아침에 눈 뜬 이루가 웃으며 엄마에게 안기는 건, 엄마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세상에서 엄마, 아빠 말고 자신을 믿고 맡길 데가 없음을 저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작고 여린 아기를, 세상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생명을, ‘사랑아닌 다른 무엇으로 돌볼 생각을 한다면 그게 죄 아닐까 싶다. 죄 짓지 말고 살아야겠다(그러나 이 역시 장담은 못하고, 좀더 노력할 밖에는.)

 

이종연/IVP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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