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자는 직분자 답게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12)

 

직분자는 직분자 답게

- 건강한 작은 교회의 직분(3) -

 

 

교회 내 ‘직분’에 대한 세 번째 글이다. 오늘은 집사, 권사, 권찰 등의 직분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집사’는 ‘디아코니아’(섬김, 봉사)라는 말에서 나온 ‘디아콘’(일꾼)이란 의미의 직분이다. 초대교회에 사람이 많아지자 구제사역을 담당시키기 위해 일꾼을 세운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구제사역을 담당하게 된 것은 ‘사도’들이 말씀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 교회에서는 장로와 일을 분담하는 분업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집사의 자격은 디모데전서 3장 8-13절에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특별히 “이를 탐하지 아니하고”(디모데전서 3:8)로 보아 구제 등을 위해 재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고, “먼저 시험하여 보고”(디모데전서 3:10) 집사 직분을 맡게 하라고 하는 것으로 볼 때 집사 직분자를 대단히 신중하게 선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사도행전 6:3)을 선출했고, 바울의 사역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 로마서 등 바울의 편지를 전하고 읽고 설명한 여 집사 ‘뵈뵈’ 등 실력 있고 헌신된 집사들이 사도와 장로들과 사역적으로 동역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스데반 집사나 빌립 집사처럼 말씀을 직접 전하거나 가르치기도 하고,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디모데전서 3:9)를 세우라고 한 것 등을 볼 때 집사도 상당한 수준의 성경적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집사를 ‘안수집사’, ‘서리집사’로 구분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처음부터 있던 것이 아니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서리’라는 말은 일본식 표현으로 행정기관에서 직책이 인준되기 전에 임시로 부르던 호칭으로 우리말로는 ‘임시’ 정도의 의미다. 원래 장로, 집사 등의 직분자는 개 교회가 선출 또는 임명해서 노회(또는 연회, 지방회) 등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서리(임시)집사는 개 교회가 선출/임명한 집사를 노회/연회/지방회가 인준하기 전 그야말로 임시로 부르는 호칭인 것이다. 대체로 그 기간은 1년 이내였다.

 

이런 행정적 직분 호칭을 어느 순간 직분을 마구잡이로 남발하는데 이용하게 되었고, 세례 교인 중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의례적으로 집사로 임명해 서리집사로 칭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집사가 많아지니 서리집사와 구분하기 위해 노회/연회/지방회의 인준을 통해 집사가 된 분들을 안수해서 세운다 해서 ‘안수집사’로 호칭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서리집사의 출현과 이에 따른 안수집사의 등장은 직분의 임의적 남발로 생긴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여성들에 대해서는 ‘권찰’, ‘권사’의 호칭도 일반화 되었다. 그런데 이 또한 성경에 정해진 직분은 아니다. ‘권사’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8세기 감리교를 창시한 존 웨슬레다. 그는 당시 영국 전역을 다니며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운동을 주도하였는데, 교회 내 설교자가 부족하자 성경에 나오는 ‘권위자’(헬라어 ‘파라클레시스’, 권면하고 위로하는 자, 사도행전 4:36,로마서 12:8, 에베소서 6:22)을 인용해 ‘권사’(디아코니스, deaconess)라는 직분을 만들어 남자들에게 주었다. 이렇게 임명된 ‘권사’들은 설교를 하거나, 초신자들의 신앙지도를 담당했다.

 

이후 미국 연합감리교단은 1939년 장로와 집사로 충분하다고 보고 권사 제도를 폐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장로교까지도 1955년 제40차 총회에서 권사 제도를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장로교가 권사 제도를 받아 들이 것은 당시 장로교는 여성에게 안수 할 수 없다하여 안수집사나 장로로 세울 수 없자, 신앙연수가 오래된 여성도들에게 권사 직분을 주어 심방, 봉사 등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권찰’은 미국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평양신학교와 장대현 교회를 설립한 사무엘 마펫이 처음 도입했다.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 교회에서 사역할 때 교인들을 10명 단위로 소그룹으로 나누고 ‘leader of ten’이라는 리더를 세웠는데, 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권찰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구역장, 속장, 셀리더 등과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무엘 마펫이 1909년 평양에서 백만인 구령 운동을 전개할 때 권찰을 임명해 효과적으로 사역하는 것을 보고 당시 교회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에는 입교한 지 6개월 이상 된 여자들에게 권찰 직분을 주어 1년간 심방 도우미나 구역장의 보조 역할로서 교회 봉사를 시켜 서리집사가 되기 전 단계의 직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상으로 집사, 권사, 권찰 직분에 대해 살펴보았다. 필자가 볼 때 교회 직분은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공교회가 필요에 따라 절차를 가지고 새롭게 추가할 수 있다 생각한다. 단, 성경이 명시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장로, 집사 등의 직분은 그 가르침의 의미를 살펴 바르게 제도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 명시 되지 않은 직분을 세울 때는 성경에 명시된 직분으로 표기하는데 한계가 있거나 역할적으로 꼭 필요한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제도는 직분은 세우기도 어렵지만 폐하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가 알다시피 권사, 목사, 장로, 집사라는 직분은 계급이 아니라 은사 즉, 일종의 역할이다. 목사는 목사답게 신학과 성경을 연구하고 준행하며 가르치기기를 힘쓰고, 고통과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을 위해 심방하고 기도하고 격려해야 한다. 또 장로는 교회의 신학/신앙이 세속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고, 성도들을 섬기고 돌보며, 목회적 사역을 동역한다. 권사는 권사답게 성도들의 신앙과 삶이 교리적/윤리적으로 바르게 살아가도록 권면하고, 고난과 고통이 있는 성도들을 찾아 위로하고 격려 한다. 집사는 집사답게 구제와 봉사의 일 중 적실한 것을 맡아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각 직분자들이 바르고 정직하게 주어진 직분을 감당할 때 하나님의 자녀들인 성도들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 봉사의 일을 하고, 주님의 교회를 아름답게 성장/성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직분자를 세울 때 절차는 공평/공정해야 하며, 직분을 대가로 헌금/헌물이 요구 되어서는 안된다. 또 직분자에 대한 바른 교육이 있어야 하며,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다하도록 서로 격려해야 할 것이다.

 

이진오/더함공동체교회 목사, 교회2.0목회자운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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