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모유 수유

이종연의 '아기자기' 2015. 4. 26. 12:48

이종연의 아기자기(15)

 

난공불락 모유수유

 

 

또 젖이 뭉쳤다. 아, 정말이지 지겹다.

 

보통은 출산 직후에 아기가 젖을 잘 빨지 못해서 찾아오는 젖 뭉침이, 나는 아기가 10개월 차인 지금까지도 자주 생긴다. 유선이 막혀서 가슴 한 쪽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는 젖 뭉침 이 녀석, 오늘도 내 전용 바늘로 너를 풀어 주리라.

 

처음으로 가슴이 뭉쳐서 눈앞이 캄캄해졌던 때는 이루가 태어난 지 100일 하고 5일째 되던 날 밤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내 가슴이 이렇게 딱딱해지다니, 놀람과 동시에 겁이 나서 정신없이 한 시간이 넘도록 마사지를 했지만 좀처럼 가슴은 풀리질 않았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울상이 되어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유두에 흰 점이 보일 텐데 그걸 바늘로 뚫으면 된다고 해서 그대로 해 보니 거짓말처럼 유선이 뚫려 젖이 나왔다. 나만큼이나 놀랐던 남편과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잠시 친정에 내려가 지내는 동안 다시 젖이 뭉쳤고, 너무 아파 통곡할 지경인 엄마들이 받는다는 이른바 ‘통곡 마사지’를 하는 마사지샵을 찾기에 이르렀다. 마사지샵 원장님 말이 전에 제대로 풀어주지 못한 게 원인이 되어서 또 뭉친 거라고 했다. 첫날, 마사지를 받고 돌처럼 딱딱해졌던 가슴이 뚫렸다! ‘비싼 돈 들여서 올 만하군’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말랑해지지는 않았다. 마사지샵에서도 한 번으로는 안 되니 내일 또 오라고 했다. 그렇게 매일 한 시간씩 네 번의 마사지를 받았지만 내 가슴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마사지를 받아 본 주위 엄마들 말로는 한 번 마사지를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다고 하던데, 마사지 네 번에 30만 원 가까운 돈을 썼는데도 내 상태는 완전히 좋아지질 않았다. 그 마사지샵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덩달아 돈도 아까웠다.

 

그 즈음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감기몸살까지 온 건가 했는데 그게 젖몸살이었다. 게다가 가슴마저 붉게 변했다. 병원에서 유선염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유선염은 나았지만 젖 뭉침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이곳저곳 다니며 마사지를 받고 그 사이 또 유선염에 걸리고… 지긋지긋한 날들이었다.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처럼 젖이 뭉쳐도 (지겹긴 하지만) 놀라지 않게 된 걸까. 아니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까지 생겨 아침에 막혔던 유선을 뚫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내게 모유 수유는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출산 초기에 남편은 내가 하는 말의 90%가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수유를 할 때마다 칼에 베인 듯 따갑고 화끈거렸다. 부끄럽다는 생각도 못하고 집에서 가슴을 열고 지냈다. 얼마나 아팠으면 이루가 태어난 지 열흘도 안 된 때 “가슴이 너무 아파서 하루에 한 번은 이루가 미워지려 한다”고 일기를 썼을까.

 

통증은 줄지 않고 뭐가 잘못된 건지 도통 알 수 없어 모유 수유 클리닉을 찾기도 했다. 이루의 설소대가 짧은 게 문제일 수 있다고 해서 설소대를 자르는 시술도 했고 자세 교정도 받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힘들어 하는 걸 지켜보던 남편은 견디기 힘들면 젖을 끊고 분유를 먹이자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분유보다 모유가 좋다는데, 분유 먹이면 돈도 많이 들 텐데…’ 다른 고상한 이유는 없었고 그 두 가지 생각이 전부였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모유를 꼭 먹여야 하는가 싶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모유 수유를 (그렇게 고생하고 아팠어도) 당연히 감당해야 할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하루 여덟 번 젖을 먹던 이루가, 이제는 하루에 세 번 젖을 먹는다. 젖만 먹으면 눈이 풀려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들어 남편과 내가 ‘기절초풍녀’라고 불렀던 이루가, 이제는 ‘쭈쭈’라는 말만 들으면 흥분해서 성큼성큼 웃으며 기어와 제 편한 자세로 알아서 젖을 문다. 많이 컸다 우리 딸.

 

돌까지는 먹이겠지만 확실히 언제 젖을 끊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또 언제 다시 젖이 뭉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몸에서 나오는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중 가장 선한 것인 젖을 이루에게 먹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인간의 몸을 통해 양식을 만드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새삼 오묘하다. 왜 그 역할을 여자에게만 맡기셨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참,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산부인과마다 모유수유클리닉이 있으면 좋겠다. 나처럼 고생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인터넷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너무 힘들어서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말이다.

 

이종연/IVP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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