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5)

 

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자연은 가장 작은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시는 반면,

하나님께서는 가장 완전한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십니다.

자연은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들지만,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십니다.

 

자연이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든다는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신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이것은 자연의 질서와 하나님의 질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는 일은 자연의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건 피조물의 터에서 비롯되는 탄생이니까. 이런 탄생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경험하는 차원의 것이다.

 

그러니까 엑카르트가 말하는 탄생은 우리가 육신의 부모의 몸에서 태어나는 탄생 말고 다른 차원의 탄생을 말하는 것이리라.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한, ‘네가 거듭나지 않으면 하늘나라를 볼 수 없다고 했을 때의 그런 탄생 말이다.

 

 

하여간 이 글의 문맥에서 어른암탉완전한 것의 표상이다. 아이가 자라서 된 어른이나 병아리가 자라서 된 암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한 어른이나 암탉은 우리 안에 있는 완전한 신적 본성을 말하는 것이다.

 

사도 요한도 말했다. 우리 안에는 하나님의 씨앗이 있다고. 그 씨앗은 나지도 늙지도 쇠하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생명이라고. 그러니까 우리 존재의 가장 내밀한 곳에는 하나님의 불멸의 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단지 흙과 물과 바람과 불같은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이상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생명나무의 가장 좋은 열매,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스승이 되실 수 있는 것은 그분이 이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 안에 있는 이 불멸의 생명을 자각하고 산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이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아이’[불멸의 생명]를 낳을 수 있는 어른이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그런 자각이 있느냐는 것이다.

 

엑카르트는 이 암탉-달걀’, ‘어른-아이의 비유 끝에 이런 직접적 표현으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령의 열매보다 먼저 성령을 주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 희락, 화평같은 성령의 열매를 탐하기보다 먼저 성령을 모신 존재가 되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