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낡고 오래된 양말

by 한종호 2022. 6. 27.

 



낡고 오래된 양말을 신을 때면
앞선 선각자들의 삶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날마다 똑같은 검고 해진 바지를 입을 때면
보다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늘어진 양말의 목 주름이 좀 헐거워도
색이 바래고 올올이 낡았어도 여전히 소중하여
어진 마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옷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진치 마음의 몫으로 밀어둔다

이마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고마운 날

나의 얼굴과 작은 몸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길이 된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걸로 보아
가슴속으로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쉼 없이 움직이던 바람도
가슴속에선 오래도록 머물러 쉼을 얻고

겹겹이 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하늘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늘 새롭다

낡은 옷 주름 결결이
오늘도 바람이 생기를 불어넣어주신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침묵에 기대어  (0) 2022.07.28
나무 곁에 앉아서  (0) 2022.07.21
창녕 우포늪 화장실에선 맑은 향기가 난다  (0) 2022.06.18
마른풀을 뚫고 오르는 푸른풀처럼  (0) 2022.06.08
빗방울  (0) 2022.06.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