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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그대가 조국>, 5월 25일 울산에서 극장개봉 관람 후기

by 한종호 2022. 5. 26.

 



그 어떠한 힘이
나로 하여금

장면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자막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장면마다 매 순간 깨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구슬 같은 장면과 장면을 하나의 실로 꿰뚫으려고 한다.

선생님의 토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칠판에 필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초 집중하던 학창시절로 돌아가
밤 9시 영화관은 학교 수업 교실이 된다.

보고 들은, 있는 그대로를 기억하는 학생에게 있어서는
선생님들이 조작하신 그 모든 시험문제가 장난질로 보이기도 했었다.

밀폐된 영화관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참았던 잔기침이 터져나올까봐.

오는 길에 약국을 먼저 들러서
처방전도 없이 기침 가래 생약과 판콜을 샀다.

일평생 진통제도 애써 먹지 않으려는 사람이
한 시간 여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약을 입에 다 털어 넣고서
<그대가 조국> 영화에 임하였다.

물도 준비해갔고
마른침을 삼키려고 껌도 머금었다.

숨소리도 방해가 될까봐. 놓치지 않으려
숨죽이며 화면에서 나오는 모든 걸 보고 들으려 했다.

윤석렬의 얼굴과 그의 말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한숨 소리에 섞여 여기저기서 일시에 터져 나오는 이름,

그의 호가 "개새끼"인 줄 영화관에서 거듭 확인도 했다.
울산 사람들도 나름의 품위가 있어서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호는 아니다.

우리들이 흔히 저지르는 기억의 편집이라는 약점
검찰 권력이 흔히 저질러온 사건의 조작이라는 강점

이 둘은 비눗물 같아서 
진실을 자꾸만 비껴가려 하지만

깨어 있으려는 하나의 시선과 
또 하나의 시선이 그저 덤덤히

서로가 만나서 연대함으로 인하여 
구슬을 꿰듯 또렷해질 수 있음을 본다.

수면 위로 떠올라
"파하" 참았던 숨이 터져나올 수 있음을 본다.

소리 없는 소리로 차분히 하지만 묵직하게
영화가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주신 
이승준 감독님과 관계자 분들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이제는 조국 수호의 명제가 된
대한민국의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이라는 숙제가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든든한 산처럼 때론 강물처럼 눈물이 흘러도
국민과 함께 동행해 주고 계시는 조국 장관님에게 참 고맙다.

영화관을 나올 때의 마음은
영화관을 들어갈 때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냥 덤덤하다.
그리고 먹먹하다.

어느 정도는 짐작을 했었지만
역시나 검찰과 언론은 나의 예감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렇게 평범한 나도
이만큼 알 수 있는 부패조직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항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은 넘어지고 부딪쳐 깨어지면서도 

이만큼 전진하여 굽이쳐 흐르는 강물처럼 유구한,
우리는 축적된 정신적 자산이 많은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은 마음이 오히려 더 차분해져 있다.

내가 선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 한 편의 영화가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건 당시의 증인들이 말하려고 하는
하나의 지점은, 진실이다.

그 어떠한 공권력 앞에서도
한 개인의 침해 받지 않을 주인된 고유한 권리

그들은 진실이라는 
하나의 실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터널과 같은 
어둠과 혼돈과 공허와 그 무수한 모든 걸

하나의 진실로 
널브러지고 구석에 쳐박혀 있던 구슬들을 꿰려는 것이다.

터지고 찢어진 상처를 깁고
어루만져 주려는 사람된 마음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내 가슴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이 땅의 산맥과 강줄기 같은 
핏줄과 핏줄로 연대하게 한다.

영화의 제목
그대가 조국

이제는 
내가 조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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