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이 봄을 몸이 안다

by 한종호 2022. 3. 14.

 

사진/김승범



봄비가 오시리란 걸
몸이 먼저 안다

"얘들아, 내일 학교 갈 때 우산 준비하자"
그런 마음을 알아 듣고, 꾸욱 1번을 찍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고 누가 물으면

그냥 몸이 알아요
저절로 몸이 앓아요

손가락 마디마디
뼛속 골골이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시간이 몸에 새겨놓은 
자연이 몸에 물들인

이 모든 흔적이 
나의 몸인 걸요

지금 내가 선
이 땅은

탐욕의 고속도로와
분노의 고속국도와
무지의 갈림길 저 멀찍이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나는 한 그루 매화나무

또다시 탐진치의 구둣발에 짓밟힌
이 치욕스런 봄날에도

이 세상에 매화꽃 한 잎의 평화를
눈물처럼 떨구는 나는

그러나 2022번째 찾아오시는 이 봄비는
그날에 더러워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던 눈물이란 걸

또다시 비구름을 헤치며 나타나실 봄햇살은 
그날에 땅으로 무릎을 낮추신 공평과 정의의 따사로운 손길이란 걸

이렇게 매화꽃이 피고 지고
이어서 진달래가 피고 지고

봄은 이 붉은 꽃들의 상채기를 잇고 이어서
마당에 하얀 목련꽃을 피우리란 걸

몸이 앓으며
이 봄을 몸이 안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감기약  (0) 2022.04.05
봄(32)  (0) 2022.03.19
몸이 저울축  (0) 2022.03.13
지푸라기 한 올  (0) 2022.02.23
참 빈 하나  (0) 2022.02.2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