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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같이 한 숙제

by 한종호 2021. 9. 20.



“전도사님, 전도사님 속담 좀 가르쳐 줘요.”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학교에서 속담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줬단다. 방과 후 아이들은 늘 교회에 들러 숙제를 하곤 한다. 책장에서 「俗談大成」이란 책을 찾아 전해줬다. 잠시 후 아이들은 다시 달려왔다.


“국어사전 좀 빌려줘요.”


낱말 조사는 스무 가지씩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이는 3학년 전과 책이 없느냐며 묻는다. 교회 ‘샛별문고’ 책장을 찾아 봤지만 국어사전이 없다. 원래 없었는지 누가 빌려갔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할 수 없이 「새 우리말 큰사전」 두 권을 뽑아들고 교회로 갔다. 아이들과 둘러 앉아 숙제를 같이 했다. 잘 모르는 낱말을 찾아 아이들은 밑줄을 긋고, 두꺼운 사전을 뒤져 뜻을 찾았다.


어느새 스무 개, 어렵게만 생각했던 숙제를 생각보단 쉬 마친 아이들은 해방감에 좋고, 오랜만에 낱말 찾기를 하며 아이들과 어울린 난 그 어울림이 좋았다.


숙제마친 녀석들은 밤을 딴다며 우르르 몰려나갔다. 가벼운 발걸음, 오늘 아이들 가방마다엔 잘 익은 밤알들이 가득 할게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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