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갈의 기쁨



비가 오셔야 한다고, 꼭 오셔야 한다고, 새벽예배시간 최일용 성도님은 울먹이며 기도를 했다.


잎담배 밭에 비료를 줬는데 오늘마저 비가 안 오면 담배가 타 죽고 말거라고 애원하듯 울먹였다.


이러단 모판마저 마를 것 같다고, 어제 준이 아빠를 통해 비가 급함을 듣긴 들었지만 그렇게 다급한 줄은 몰랐다. 마루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그래 와라. 신나게 좀 와라.”


그러나 잠시 후 비가 멈추고 날이 갠다. 일기 예보엔 10mm 온다고 했다는데 그것마저도 안 오려는가 보다.


아침상을 물리고 아내와 둘이 마루 끝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어린아이 생떼부리 듯 항의를 한다.


“하나님, 이것 갖고 될 줄 알아요. 어림없어요. 하나님 노릇 하기가 그리 쉬울 줄 아십니까. 하나님 체면이 서려면 훨씬 많은 비가 와야 된다고요. 아셨어요?”


어리석음을 안다.
그런 투정의 어리석음을 안다.
그러나 그건 말장난이 아니다.


일손 멈추고 비 그친 하늘 망연히 쳐다 볼, 이곳 농부들의 한결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하나님도 투정엔 약하신가 보다. (한두 번은 해 보시라)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더니 굵은 비가 저녁 늦게까지 무섭게 왔다. 낮엔 우산도 없이 저수지에 올라가 쫄딱 비를 맞으며 찬송을 불렀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찬송 끝에 두 눈이 뜨겁다. 해갈, 해갈의 기쁨. 이런 순간을 위해서라면, 때로 목마름을 목마름으로 지켜도 좋으련만. 젖은 머리 사이론 빗물이 아니라 따뜻한 님의 사랑이 쉼 없이 흘렀다.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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