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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빗속을 달리는

by 한종호 2021. 7. 8.

 



저녁밥을 시켰다
빗속에 망설임도 잠시

배고프다 보채는
아들의 성화를 못 이긴다

음식을 내려놓으신 후
달아나시려는 기사님에게

시원한 거 한 잔 드릴까요? 했더니
살풋 웃으시면서 마음만 받겠다고 하신다

다른 기사님들은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음료를 가져가신다고 했더니

그러면 시원한 거 말고
따뜻한 물 한 잔만 주세요, 하신다

온종일 비 맞고...
말씀이 뚝뚝 끊겨도 더 묻지 않는다

얼른 뜨거운 물 반 찬물 반 담아서 
커피와 설탕을 조금만 탔다

잠시라도 나무 의자에 앉아서 드시고 가시랬더니
고맙다고 하시며 문을 나가신다

온종일 그칠 줄 모르는 늦은 장맛비가 
어스름 저녁 하늘을 짙게 물들이는데

비옷 안으로 삐쩍 마른 나무처럼
오토바이 옆에 서서 떨리던 몸을 녹이는지

걷기에도 미끄러운 빗길을
또 달려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빗속을 달리는
우리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기다림

짬뽕 면줄기가 빗줄기처럼 눈물처럼 
배고픈 아들 입에서 뚝뚝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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