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강의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교회 현관에 나서면 와락 선선함이 밀려듭니다.


맑은 걸 지나 달지 싶은 그 청정한 기운이 가슴에 닿습니다. 어지러운 꿈자리, 깊은 호흡으로 어젯밤을 지워내면 가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아침기운으로 새롭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을 여는 건 새들의 노래입니다. 어둠을 맞이하는 건 개구리, 어둠을 노래하는 건 소쩍이였고요. 참나무 많은 뒷산, 꾀꼬리 소리가 유난히 맑습니다.


솥이 적다고 울어댄, 어둠 묻혀 울어댄 소쩍이의 노래가 아침까지 이어집니다. 소쩍이 소릴 들으면 호루라기 안에 물을 넣고 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뻐꾸기가 울고 꿩 소리도 납니다. 어떤 손님을 예감한 것인지, 까치가 빠지지 않습니다. 방앗간의 참새들도 야단입니다. 멀리 떨어진 작실 마을에선 장한 수탉의 울음소리도 들려옵니다.


천지에 가득한 새들 노래 소리, 단강의 아침은 그렇게 열립니다. 또 한 가지 빠짐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텅, 텅, 텅, 경운기의 발동을 거는 소리입니다. 이 마을 저 마을, 이 집 저 집 아침부터 경운기에 발동을 겁니다.


모두가 살아가는 소리입니다, 살아있는 소리입니다. 아침은 단강의 아침은, 살아있는 소리로 열립니다.

-<얘기마을> 1988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사꾼 국회의원  (0) 2021.06.26
생명은 거기 있다고  (0) 2021.06.25
단강의 아침  (0) 2021.06.24
사랑합니다  (0) 2021.06.23
품삯  (0) 2021.06.22
오늘의 농촌  (0) 2021.06.21
posted by